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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인 고든 패스크가 한번은 그런 상황을 표현하는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사람이 스스로 홀로 있다고 주장하는 중절모를 쓴 어떤 사람을 봅니다. 그리고 그 중절모를 쓴 사람은 마찬가지로 중절모를 쓰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머리속에 떠 올리는데 그 사람 역시도 자기가 상상하는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상상력의 구성물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의 생각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유아론적으로 사고하는 한 사람이 마찬가지의 견해를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난다.
누가 옳은가, 첫 번째 유아론자인가 아니면 두 번째 유아론자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되는군요.
이게 도약 지점입니다. 저는 그런 사실을 계속 설명하기 위하여 소위 상대성 원리를 말하고자 합니다.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A에게도 B에게도 옳은 하나의 가설은 그것이 A와 B에게 한꺼번에 타당할 경우에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가령 태양이 우주의 중심인가 아니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가라는 물음을 생각해봅시다. 금성에도 지구에도 자신의 행성이 중심에 있다는 가설을 다투는 존재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지구인과 금성인이 만나게 되는 순간 그들은 다투고 전쟁을 시작하게 될 겁니다. 누가 옳은가요? 누가 진리의 소유자입니까? 이 다툼을 조정하기 위해서 상대성원리를 사용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지구인에게도 금성인에게도 그들이 만약 (둘 다에게 타당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상대성원리를 수용한다면 그들 모두 맞지 않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상대성원리는 그러니까 옳고 그름이 아니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가 내려야할 결정의 문제인 것입니다. 금성인과 지구인은 이제 태양중심주의자가 되기로 그래서 태양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방법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며 화성인과도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발명품 40)
T.
산을 하나 두고 산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동산이라하고 산 동쪽에 사는 사람은 서산이라고 부른다. 이를 두고 서로 옳다고 싸운다면? 누군가 산을 중심으로 보면 이 산은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님을 보여준다. 이로써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서쪽 사람들은 동산이라고부르고 동쪽 사람들은 서산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하고 평화롭게 산다.
2. 독도인가 다케시마인가. 섬을 일본 쪽에서는 다케시마라 부르고 한국 쪽에서는 독도라고 부른다. 독도의 영토권을 두고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그들의 주장은 그들의 입장에서 옳을 것이고 한국 역시 그럴 것이다. 사실 독도는 누구의 땅도 아니며 또 그런 이유로 누구의 땅도 될 수 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문제임을 직시한다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즉 일본에서 독도를 한국땅으로 생각하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 한국은 일본을 향해, 또 국제 사회를 향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평화롭게.
그런데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때도 역시 어디까지 결정할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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