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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프랑클은 강제수용소에서의 끔찍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집단죄의식에 대한 생각을 항상 단호하게 거부하고 비판했지요.

저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집단이라는 걸 저는 알지 못합니다. 집단이 어디에 있나요? 집단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같이 앉아서 어떻게 지내냐고,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왜 웃고 왜 웃는진 물어 볼 수 있나요? 집단이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방해하는 그런 개념일 뿐입니다.

집단이라는 개념을 개인으로부터 추상화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사람은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집단 혹은 어떤 외적 폭력의 희생물이 아닙니다. 사람은 제가 볼 때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입니다. 제 견해로는 뭔가를 추종하고 자기를 거기에 복종시키는 사람 조차도 그렇게 하게끔 스스로 결정을 내린 개인입니다. 한 때 칠레의 독재정권에 의해 협박을 받았던 제 친구 음베르또 마뚜라나가 '권력이 결과이고 복종이 원인이다'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사회주의 시절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복종의 유희에 동참해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행진하는 집단의 한 부분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닙니까. 그들은 대량학살을 놀라 바라보고서야 정신을 차렸지요.

글쎄요. 그 사람들은, 이 점이 중요한데, 그들의 개인됨을 포기하기로, 그래서 뒤로 숨기로 결정한 겁니다. 제 관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저는 늘 (당연히 이상적인 입장이지만) 행위가능성의 다양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 저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집단이라는 생각은 그런 가능성을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정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믿고 그런 식으로 인간에 대해서 말하게 되면 인간을 궁극적으로 이해했다고 사람들은 주장합니다. 이는 인간을 보는 존재론적 시각입니다. 그러면 인간은 인간 존재로 나타납니다. 제가 볼 때 인간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 존재human being로서가 아니라 인간 되어감human becoming인 것입니다. 되어감과 성립됨을 다루는 존재발생적인 시각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스스로로부터 뭔가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개인됨을 마음껏 발산시킬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러한 인간을 어떤 집단의 구성원으로 특징지으려한다면 그런 식으로는 인간을 결코 만족스럽게 기술할 수 없습니다. (발명품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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