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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나무>

설명이란

T1000.0 2021. 10. 3. 10:13

1.
설명이란 어떤 현상을 관찰한 뒤 설명의 타당성에 대해 같은 기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개념체계를 이용해 그 관찰된 현상을 새로 규정하거나 만들어내는 명제다. 과학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설명가치를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컨대 마술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설명가치를 지닌다. 과학적 설명과 마술적 설명의 차이는 두 설명체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 곧 타당성기준이다.

2.
과학적 설명을내놓을 때 반드시 충족해야 할 본질적인 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때 설명이 반드시 아래 순서대로 전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동시에 전개될 수도 있다.

1) 설명할 현상(들)을 관찰자공동체가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기술하기.
2) 설명할 현상을 관찰자공동체가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생성할 수 있는 개념체계를 내놓기(설명가설).
3) 이 개념체계를 내놓을 때 분명히 고려되지 않은 다른 현상들을 2)에서 도출하기. 그리고 관찰자 공동체 안에서 그것들의 관찰조건을 기술하기.
4) 2)에서 도출한 현상들을 관찰하기.(다시 1로 되돌아감)

이런 타당성기준을 충족하는 설명만이 과학적 설명이며, 이런 과학적 설명에 근거한 주장만이 과학적 주장이다.
이 네 단계의 순환은 우리의 일상적 사고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고장이나 대통령선거 등 여러 현상을 설명할 때 사람들은 자주 이런 단계를 밟는다. 과학자들은 단지 일 단계들을 매우 일관되고 명시적으로 밟으면서 그 기록을 남겨 개인과 세대를 뛰어넘는 전통을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다.

3.
바로 이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이제 독자들과 우리 지은이들은 기술하는 관찰자가 되었다. 그리고 관찰자인 우리는 인식을 설명할 현상으로 골랐다. 이제 인식현상에 대한 기술을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뚜렸해졌다. 곧 모든 인식활동이 저마다 한 세계를 산출하므로 우리의 출발점은 생물이 자신의 존재영역에서 벌이는 효과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과학적으로 타당한 설명을 내놓기 위한 우리의 출발점은 인식을 효과적인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다. 곧 한 생물이 특정 환경에서 자신의 세계를 산출함으로써 그 환경에서 생존을 지속케 해주는 행위로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앎의 나무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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