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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죽비가 하나 있습니다. 죽비는 참선을 할 때 소리를 내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쓰는 도구입니다. 그것이 '죽비'라는 물건의 사용처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죽비가 뭐하는 물건인지 몰라 지팡이로 사용했다면 그때는 그것이 지팡이입니다. 등을 긁는 데 썼다면 그때는 등긁기입니다.

그런데 등 긁는 용도로 사용하는 걸 보면서도 그것이 등긁이가 아니라 죽비라고 고집하면 그것을 법집이라고 합니다. 또 반대로 그것이 죽비라는 걸 알게 된 뒤에도 이건 지팡이다. 등긁이다 고집한다면 그것은 아집입니다.

죽비가 네 동강 난 채로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걸 죽비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죽비가 부러져 있다고 말하겠지만, 죽비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이 그저 부서진 나뭇조각일 뿐입니다. 정해진 법은 없습니다. 참선할 때 쓰면 죽비고, 아궁이에 넣으면 땔감이고, 등을 긁으면 등긁이고, 두들겨 패는 데 쓰면 몽둥이입니다.

'이것이 죽비다' 하는 법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일으킨 생각을 하나로 묶어서 정해 놓은 것입니다. 그것 자체는 죽비도 몽둥이도 땔감도 아니고 여여한 하나의 존재일 뿐입니다. 거기에 실다움도 헛됨도 없습니다. 세상 무엇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무아입니다.(금강경 강의 313)

T.

무아. 실체는 없는데 작용은 있는 다시말해 실다움도 없고 헛됨도 없는, 무실무허. 정해진 것은 없다. 인연을 따르는 작용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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