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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게

보시바라밀

T1000.0 2021. 1. 11. 23:36

1,
보살이 일체중생을 위해 행하는 보시바라밀도 중생을 위해 보시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보시바라밀이라고 이름 합니다. 남을 위해 보시한다는 것은 이미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보살에게는 나니 남이니 하는 구분이 없습니다. 나와 남의 구분이 없는 경지에서 보면 무슨 일을 해도 그것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당연한 행위입니다. 다만 나와 남을 구분하기에 바쁜 범부 중생의 눈에 '보살은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위해 보시를 행한다'고 보일 뿐입니다.
왼손에 상처가 나면 오른손이 그 상처를 치료합니다. 오른손은 왼손을 치료하면서 남을 위해 희생한다든가 보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둘은 본래 한 몸이므로 오른손은 왼손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보살이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는 마음도 그와 같습니다. 그렇게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없는 베풂, 너를 위해 내 것을 내준다는 생각이 없는 보시가 보시바라밀입니다. (금강경 강의 255)

2.
가난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불쌍해서 그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것은 상에 집착하는 보시입니다. 상에 머무는 보시에는 반드시 바라는 마음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고맙다는 인살를 안 하거나,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빛을 보이지 않거나, 나중에 잘살게 되었을면서도 은혜를 갚지 않으면 배은망더간 놈이라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것ㅇ느 내가 내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3.
그런데 정말로 아무 바라는 마음 없이 베풀었다 해도 그것이 도리어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친구에게 돈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의 호주머니에 막무가내로 돈을 넣어주는 경우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가 궁핍해 보여도 사실 그는 돈이 없는 불편함을 문제 삼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자리나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 사람은 가난하다', '이 사람은 돈이 필요하다'는 모양을 짓고 도와주었다면, 거기에 아무 바라는 마음이 없었다 해도 그 베풂은 보시바라밀이 되지 못합니다.

4.
자기 생각, 자기 관점, 자기 상에 사로잡혀 남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괴로움이 됩니다. 상대가 필요하니 달라고 하는 것은 주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고, 상대가 필요 없다고 거절하는 것은 주려고 해서 문제가 됩니다. 이것이 자기를 중심에 놓고 중생을 구제하려 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이런 식의 보시는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합니다.

5.
보살은 어떤 상도 짓지 않고 중생의 요구에 수순합니다. 자기 생각과 요구대로 중생을 이끄는 게 아니라, 중생의 처지와 요구에 따라 그에게 필요한 이로움으로써 제도합니다. 그래서 중생은 보살에게 빚졌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이것이 보시바라밀입니다.
(금강경 강의 255~258)

6.

이처럼 의무가 된 선물, 답례의 의무를 통해 '교환'되는 선물은 과연 선물일까? 데리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답례가 의무가 되는 순간, 선물은 되갚아야 할 채무가 되기 때문이다. 선물한 이가 보상을 기대하거나 받은 이가 채무감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체권/채무관계가 된다. 그런데 이는 선물이란 관념 자체에 좀더 근본적인 난점이 있음을 함축한다. 선물하는 이나 선물 받는 이가 '선물'이란 의식을 갖는다면, 무언가 그에 대해 답을 하리라는 기대, 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물이 '선물'임을 의식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순수한 호의를 표현한 선물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선물이란 의식이 없다면, 어떤 것도 선물이 될 수없다. 이런 의미에서 데리다는 '선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삶을 위한 철학 수업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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