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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사에서 벗어나 생사 밖에 있는 해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사의 모습을 여실히 아는 여실지견에 따라서 생사가 괴로움의 세계가 아님을 알게 되고, 아울로 모든 불만족이 그 자체로서 불만족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집착에 의해서임을 말씀드렸습니다.
2.
생노병사등 4고8고는 그 자체로서는 괴로움이 아닙니다. 괴로움의 뿌리는 집集, 곧 자아의식으로 얽매여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자아의 허상을 유有나 무無 등으로 집착하는 것입니다. 자아가 그 자체로서 결정된 것이 없고 인연조건에 의한 나툼에 지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될 때 공의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3.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깊은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곧 집착이 단지 업에 의한 허상임을 여실히 알고 연기세계로서 낱낱을 나투는 공에 대한 체득을 이룰 때, 모든 고액이 다 사라진다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괴로움의 세계는 자아의식에 의해 시공이 제한된 세계입니다. 이 세계가 무아,무상을 여실히 아는 수행에 따라서 제한된 시공을 벗어나게 되는 순간,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한없는 지혜광명의 부처님[無量光佛]인 비로자나 부처님이 나투는 것입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세계는 의意에 따른 시공의 제한인 업이 지멸止滅된 세계입니다.
4.
이와는 달리 중생세간이란 의意의 닫힌 마음에 의해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 자체를 제한시키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에 걸리고 있습니다. 이 의意의 걸림을 벗어난 것이 '여의如意'입니다. 때문에 모든 보배 가운데 보배는 여의가 됩니다. 이것을 <금강경>에서는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써 보시하는 것보다 빈 마음의 공덕이 더 크다"고 하셨고, <육조단경>에서는 "빈 마음이 근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빈 마음이 여의입니다. 앞서 끊임없이 바뀌는 무상이 그 극점에서 부동이고 이 부동이 오히려 온갖 동의 자리라고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빈 마음이 온갖 공독을 내는 바탕이 됩니다.
5.
세상의 가장 값진 보내라 해도 그 가치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치의 잣대를 재는 인간의 마음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빈 마음은 아무런 제한 없는 마음이고 그 자체로 시공을 넘어선 마음으로 이곳에서 온갖 생명의 창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은 마음이 고향이고 마음은 드러난 생명들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터전을 다 마련하니 마음이란 한정된 영역이 없기 때문이빈다. 빈 마음의 한정 없는 생명창조의 모습은 중생의 제한된 의식을 넘어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슂사리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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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빈 마음의 한 없는 생명인 지혜광명ㅇ의 세계를 알고자 할진대 생각 생각에 그 알고자 하는 일념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그러다가 일념마저 사라져 무념이 되었을 때 알고자 하는마음자리가 곧 한없는 생명의 지혜광명이 되어 그 자리에 부처님의 빛을 온몸으로 나투게 됩니다.
저 먼 곳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지혜광명의 세계가 스스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열리면서 우주법계의 생명들에게 지혜광명의 세계를 여는 것입니다. 빈 마음의 생명창조의 세계는 그래서 생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념의 빈 마음이 됐을 때는 온갖 시절인연에 따라 갖가지 생명들의 세상을 걸림 없이 펼치니, 화엄세계를 뜻하는 해인삼매 가운데 나타나는 모든 중생과 사물들의 걸림 없는 세계가 그것입니다. 이와 같이 걸림 없이 펼쳐지는 온갖 생명들의 향현이 빈 마음자리인 여의如意에서 뜻대로[如意] 나툰 것입니다.
7.
뜻대로 생각할 수 없는 생명들의 향연을 풍성하게 나투는 것이 해인삼매입니다. 해인삼매를 삼매 가운데 삼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ㅏ 해인삼매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사람을 능인이라 하는데, 능인의 마음자리인 여의보배에서 뜻대로[如意] 낱낱 모습들이 제 모습대로 나툰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의보배인 마음자리가 중생의 마음자리를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생의 마음자리가 그대로 능인의 망므자리입니다. (법성게 19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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