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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빼 놓은 다른 이들의 가르침은 대체로 존재의 영원성을 주장하는 상주론과 인과의 이치를 부정하는 단멸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만 이 사유의 배경은 결정론입니다. 곧 결정된 사유의 틀에 따라 모든 중생의 삶이 연역되는 것이나, 이는 실존의 우리 모습이 아닙니다. 결정된 사유의 틀에 따라 오늘날까지도 사회의 질곡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도의 카스트는 대표적인 보기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상주론과 단멸론의 가르침이 한 편에 치우친 것이라 하시면서 연기중도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곧 몯느 생각의 틀을 버리고 우리의 삶을 지켜보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도 이와 같은 결정된 생각의 틀에 매여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마음을 비우고 실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염처수행입니다. 이 수행을 통하여 연기실상을 깨닫게 되니 치우침 없는 중도의 바른 길이었고, 결정론을 주창하는 다른 종교, 사상들과 다른 새로운 길이었습니다.
연기중도의 삶이란 서로가 자기 모습만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에 따라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법성이고 원융이고 무상이고 무아이고 무애[걸림 없음]입니다. 무자성인 모든 것이 연기의 한어울림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고 이 관계를 떠나서는 저마다의 삶은 뿌리가 없어지고 맙니다. 삶의 뿌리가 연기법이라 함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뿐만 아니라 인식 주체로 알고 있는 마음도 또한 그 자체로서는 존립 근거를 갖지 못함을 뜻합니다. (법성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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