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견해의 차이점과 대비되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 인과관계라는 문제를 가지고 생각해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군요. 로렌츠의 주장에는 (관찰자가 아니라)환경에 우위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인과관계로 보자면 환경은 경험의 원인이고 그 결과가 점진적 인식의 확장을 통해서 실제적인 세계와 같아지는 적응인 것이지요. 당신은 이런 작용관계를 뒤집고 있고요. 그래서 유기체의 경험이 우위를 점하고 관찰이 원인이며 표상의 총체인 세계의 성립은 그 결과인 것이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어쩌면 제가 썻던 아주 짧은 연극한토막이 설명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연극은 관객이 있는 극장에서 행해집니다. 갑자기 멋진 붉은 막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무대로의 시야가 열리지요. 사람들은 한 그루의 나무, 한 여인과 한 남자를 보게 됩니다. 그 남자는 나무를 가리키면서 큰 목소리로 아주 연극적으로 말합니다. "저기 나무가 서 있군." 그러면 여인이 말합니다. "거기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넌 어떻게 아니?" 남자는 말합니다. "내가 그것을 보니까!" 이에 여인은 살짝 웃으며 말합니다. "아~" 그리고는 막이 내려집니다.
인식의 문제와 외적 세계의 역할을 둘러싼 오래된 논의, 얼마 전까지 그리고 로렌츠에게까지 지속되어 온 천년 이상 된 논의를 밝히는데 이 작은 연극이 적합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연극에서) 우리가 그 남자에 동의해야하는지 그 여자에게 동의해야 하는지에 관한 결정할 수 없는 물음이 우리를 태고이래로 지배해 왔습니다. 그 남자는 관찰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나무와 환경을 주장하고 있고 그 여자는 반대로 그 남자가 그 나무를 보기 때문에 그 나무에 대해서 알 뿐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발명품 35)

2.

어떤 한 남자가 말합니다. "저기 나무가 서 있군." 그러면 여인이 말합니다. "거기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넌 어떻게 아니?" 남자는 말합니다. "내가 그것을 보니까!" 이에 여인은 살짝 웃으며 말합니다. "아~" 그리고는 막이 내려갑니다.
이제 우리는 이 두 가지 태도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일 건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그 남자는 외적 준거에 기반 합니다. 반면에 그 여인은 나무를 지각하는 일이 그 남자의 관찰에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짧은 연극에서 흔히 말하듯이 객관성과 주관성의 대립이라든지 다양한 인식론적 입장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주의자와 주관주의자와의 논쟁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좀 다른 것인데, 그 남자는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는 반면에 그 여인은 자신이 기술하는 세상과 자기 자신을 묶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49)

3.

지금 이 부연설명으로부터 우리가 얘기하던, 세계와 묶여 있음을 강조하는 태도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저 반복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제 주장은 우리가 세계와 분리되어 있는가 아니면 세계와 묶여 있는가 하는 물음은 원칙상 궁극적으로 해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만약 그런 물음을 결정할 수 있는 실험을 발명한다면 제게 편지를 보내 주세요. 하지만 저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 두가지 태도 중에서 하나로 결정을 할 수 있을 뿐이고 그리고는 우리의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을 뿐입니다. (발명품 256)

4.

오직 신만이 그것을 할 수 있겠조. 신은 관찰하지 않고도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신이건 남신이건) 신이 전부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인간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신의 능력들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말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말해질 수 없습니다. (함으로 43)




'이번주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무자성종심기와 참회  (0) 2020.12.22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방법  (0) 2020.12.22
**초대  (0) 2020.12.22
확실성의 위험은 좌파/우파 마찬가지  (0) 2020.12.20
[앎의 앎] 선택과 책임  (0) 2020.12.20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