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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이나 자식, 그리고 친구는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코로 냄새 맡고, 내 손으로 만져보고 그걸 종합해서 내 머리로 상상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내 업식을 통과해서 그려진 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그린 상이 실제의 모습이라고 착각합니다. 자신의 업식에 의해 왜곡된 모습을 실제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답답하면 278)

2.

자기가 쓸데없는 걸 고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는 그게 옳으니까 옳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색깔 있는 안경을 끼고 있다는 걸 자신은 잘 모릅니다. 한 번이라도 안경을 벗어 본 사람은 '아! 안경 색깔 때문에 색깔이 다르게 보였구나.' 이렇게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빨갛게 보이더라도 '아, 저건 빨간 게 아닐 수도 있다. 혹시 내 안경 색깔 때문에 빨갛게 보이는 건 아닐까?' '내 업식 때문에, 내 관념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만 있어도 그렇게 고집이 세지 않습니다.(278)

3.

실제의 모습과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은 다릅니다. '우리 남편은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의 남편과 너무 거리가 멀 때 남편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생깁니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용납이 안 됩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상대가 미워집니다. 보기 싫어도 부부이니 헤어질 수없고, 부모 자식이니 헤어질 수 없으므로 더 괴롭습니다.(279)

4.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의 자기'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가 다릅니다. 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자기가 미워집니다. 자기가 봐도 자기 모습이 이렇게 초라한데 '남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 남 앞에 나서기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자꾸 숨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상태가 좀더 심해지면 자기를 미워하고, 더 나아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279)

5.

지금 우리는 '자기가 그린 자기', '자기가 그린 남편,' '자기가 그린 부모'를 실제의 모습이라고 착각하면 살고 있습니다. 그 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봐야 합니다. 그것이 실상을 보는 것이지요. 그걸 기초로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기를 알고 나니 부끄럽다든지 힘이 들었다든지 하는 건 아직도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이지요. 있는 그대로를 외면하고, 허상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280)

6.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렇게 잘난 체하고 그렇게 짜증내는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 마저도 용서해야 합니다. 그걸 인정하고 그것마저도 사랑해야 진정한 해탈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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