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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게

사실과 생각5

T1000.0 2020. 9. 26. 12:21

보통 우리는 사실보다 생각에 의존해 산다. 절벽 사이의 1미터와 평지에서의 1미터를 뛰어넘을 때. 간격이 1미터라는 동일한 사실인데 절벽 위의 1미터를 무서워한다. 절벽 위의 1미터는 잘못하면 떨어져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죽을 수 있다는 사실과 죽을 수 있다는 생각 가운데 절벽 위의 1미터를 건너지 못하게 하는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이다.

사실이 아니라 생각이 우리를 운명 짓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으로 출현한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고, 우리는 생각대로 살고 있다. 이 그림을 성찰하면 생각 속에서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생각 속에서 생각을 [가볍게] 너머 설 수 있다.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p253)

등반에서 한 줄에 묶여있다는 생각은 믿을 수 없는 소속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정말 멋진 예입니다. 암벽에 강철고리를 박고 사람들을 묶어주는 밧줄을 고리에 넣어 연결합니다. 쿠르트 마익스도 쓴 바 있는데, 그와 함께한 체험이 있습니다. 아마 당신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의 여자친구와 아주 유명한 늙은 산악인과 함께 토어슈타인 남쪽 벽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암벽은 1,600미터의 매끄럽고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선두에 있던 쿠르트 마익스에게 이미 아침 무렵에 작은 사고가 발생했어요. 그가 매우 어렵고 미끄러운 곳을 오르려 하다가 미끄러져서 아래로 추락했던 거죠. 마익스가 암벽에 박아 넣었던 첫번째 두번째 고리가 끊어졌으나 신의 가호로 마지막 고리가 버텼어요. 그와 그의 여자친구를 묶어주었던 밧줄이 그를 구한 거죠. 저는 밧줄을 제거해서 쿠르트 마익스를 도와주기 위해서 실제로 통과하기 어려운 그곳을 올라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가 그 장소를 두어 번 통과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머리를 다쳐서 밧줄에 묶인 채 매달려 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저의 주의력이 너무나 강하게 향해 있어서 저는 그곳을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 버렸던 겁니다. 밧줄을 풀어 그를 아래로 데려오는데 거의 하루가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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