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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수행을 근거로 한다면 열반涅槃이라는 개념도 상당히 달라지게 됩니다. 지계持戒와 선정禪定과 지헤智慧의 완성으로 열반을 성취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생명연대에 대한 자각이 현재 인식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할 때, 보살 수행자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의意의 분별을 뛰어넘는 것은 일차적인 열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연기법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실천 의지가 보상의 의意가 되기에 보살 수행자의 열반은 모든 생명들의 열반이라는 연대적 생명관이 의意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반의 완성을 생명계의 열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보살의 열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이 의훈습으로 열반을 속히 이룬다는 것은 자신의 생사를 떠나기 위해서 속히 열반을 성취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이웃 생명들에 대한 방편지를 성취하여 보살행을 실천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장보살께서 한 중생이라도 지옥에 남아 있다면 자신도 열반을 이루지 않겠다고 맹세하면서, 의식의 근거인 의에 그와 같은 분별력을 깊게 심었겠지요.
보살 수행자들은 생사를 넘어 열반을 성취하려는 것만을 수행의 목적으로 삼지 않고, 당신의 수행 내용과 방편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태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습니다.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지 않고 스스로 생사의 삶을 이어가면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인연의 공성을 자각하지 못해 업에 매여 태어나고 죽는 분단생사分斷生死와는 다릅니다. 모든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삶을 살겠다는 보살원에 따라 태어나고 죽는 변역생사變易生死입니다. 열반을 성취하지만 중생에게 생사의 고통이 남아 있는 한 열반에 머물지 않는 열반입니다. 생사를 뛰어넘는 열반이며, 열반이 생사가 되는 열반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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