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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결책은 일종의 논리적 장부기재를 유지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처음에 강조했던 "말한 것은 모두 어느 누가 말한 것이다"라는 점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이다. 거짓모순의 해결책들이 다 그렇듯이, 기존의 대립 속에서 생각하기를 멈추고 더 큰 맥락 속에서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것이다.

2

실제로 문제는 간단하다. 관찰자인 우리는 우리가 구분하기에 따라 한 개체를 여러 영역에서 살필 수 있다.

1)한편으로 우리는 체계의 구성요소들이 작업하는 영역, 곧 체계 안의 상태와 구조변화의 영역에서 체계를 살필 수 있다. 구성요소들의 작업에 대해 (체계 내부의 역동성에 대해) 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무관하다.

2)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개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살필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상호작용의 역사를 기술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관찰자는 환경의 속성과 개체의 행동 사이에서 특정 관계들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때 개체의 내부 역동성은 이것과 무관하다.

3.

우리가 기술할 수 있는 이 두 영역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개체를 깊이 이해하려면 둘 다 필요하다. 이때 개체와 환경 사이의 상관관계를 산출하는 것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찰자 자신이다. 환경의 어던 속성들이 체계의 구조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지 규정하고 나아가 체계의 구조가 체계의 상호작용을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도 관찰자 자신이다. 환경이 체계의 구조변화를 결정하거 명령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관찰자다. 우리가 때로 어려움에 빠지는 까닭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자기도 모르게 옮아가, 둘을 함께 본 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산출한 상관관계를 개체의 (이 경우엔 유기체나 신경계의) 작업에 실제로 관여하는 구성요소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4.

분명한 논리적 장부기재를 유지하면 이런 혼란은 자연히 풀린다. 두 개의 관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더 큰 영역 안에서 이 두 관점을 관련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명심하면 더 이상 표상에 의존할 필요도 없고 구조접속의 역사로 자신과 어울리게 된 환경 안에서 체계가 작업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앎의 나무 155)

5.

우리 친구 하나는 아침에 해가 뜰 때마다 고양이가 피아노 건반 위를 돌아다니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다. 이 친구가 일어나면 고양이는 테라스 문 옆에 있다가 그가 문을 열면 기쁜 듯이 곧바로 뒤어나간다. 그가 안 일어나면 다시 피아노 위를 돌아다니면서 그다지 곱지 않은 소음을 낸다.
마치 우리 친구에게 뜰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신호'로 알리는 것처럼 고양이의 행동을 기술해도 전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이 친구와 고양이의 행동을 의미론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란 그저 각자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대로 서로 상태변화르 유발하여 일어날 뿐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논리적 장부기재를 유지해야 한다. 곧 유기체의 행동방식을 기술하는 일과 유기체의 작업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233)



T.

두 개의 관점, 논리적 장부기재의 개념을 불교에 대입해보면 공의 측면과 색의 측면을 두 개의 관점으로 유지한다. 공은 1)에, 색은 2)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두 영역 자체가 문제될 것이 없다. 논리적 장부기재는 <있음에서 함으로>에 표현을 따르면 '이중보기'이다. 공과 색을 동시에 보는 관점. 이중보기. 색즉시공 공즉시색.

<금강경>에선 '이중보기'방식으로 관하는 것을 "환상처럼 보라"고 한다. 여몽환포영. 여몽환포영은 양극단[존재론과 유아론,상주론과 단멸론] 사이의 줄타기 곡예, 중도인 것이다.

또 이중보기는 <금강경>의 표현을 빌리면 "상에서 상아닌 것을 본다[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상을 보면서 또 상 아닌 것을 보는 이중보기.

덧붙여 "말한 것은 모두 어느 누가 말한 것이다"는 점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한 강조는 일체유심조의 예외없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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