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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계란, 우리가 흔하게 아는 것처럼 사물을 하나의 법칙이나 규정으로 묶어두고 여기까지라고 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들뢰즈는 한계를 사물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펼쳐가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한다. 한계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니 놀라운 반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가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었던 셈이다. 출발점인 한계를 끝이라고 생각했으니, 한계를 설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들뢰즈가 말하듯이, 우리가 힘을 쓰는 것은 어떤 한계까지가 아니라. 그 한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지점은 그 한계에서부터인 것이다. 지금의 나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넘어설 때, 비로소 존재의 도약이 일어난다.
(김연실, 들뢰즈와 산책하다 128)
"가장 작은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더불어 즉시 가장 큰 것과동등해진다." 들뢰즈의 말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 즉시 가장 큰 것, 즉 무한한 것과 동등해진다
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곧 한계가 없다, 무한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한계를 넘는 순간 우리는 무한한 존재이며,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님이서는 순간, 다른 것으로 변용되는 순간, 이미 우리는 무한한 신적인 존재가 된다.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은 무한하고 완전한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다의적 존재론과는 다른 것이다. 이것을 스피노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작은 완전과 큰 완전만이 있을 뿐이다." 완전성의 크고 작음만 있을 뿐이지, 부족하고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일의적 존재는 완전하고 무한하다는 의미에서 하나다. 우리는 모두 신의 무한함을 함축하고 있으며. 무한한 역량을 펼져내는 존재들이라고 한다.
(129)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누가복음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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