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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작이란 무엇인가요


“여러분들의 질문지를 보니 화작(化作)에 대해서 관심이 많네요. 화작이라는 것은 ‘걸림 없이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부가 ‘청소하는 것이 특별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청소를 할까요? 그냥 청소를 할까요?”

“그냥 청소합니다.”

“가정주부가 밥을 할 때 ‘밥하는 것이 특별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밥을 할까요? 그냥 밥을 할까요? 그냥 밥을 합니다. 농사꾼이 씨 뿌리고 김매면서 ‘특별한 일을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할까요? 그냥 할까요?”

“그냥 합니다.”

“짐꾼이 짐을 싣고 운반하면서 특별하다고 생각할까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처럼 만약 스님이 ‘스님이다’하는 상(相)을 가지고 있으면 ‘스님이 청소도 하네’, ‘스님이 짐도 운반하네’, ‘스님이 농사도 짓네’, ‘스님이 밥도 하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거예요. 그런데 화작이란 아무리 유명한 스님이라 하더라도 빗자루 쥐면 청소부처럼 청소하고, 호미 쥐면 농사꾼처럼 농사짓고, 짐을 들 때는 짐꾼처럼 짐을 들고, 밥할 때는 공양주처럼 밥하고, 장사할 때는 장사꾼처럼 장사하는 것을 뜻합니다.

물은 세모난 그릇에 넣으면 세모 모양이 되고, 네모난 그릇에 넣으면 네모 모양이 되고, 그릇 모양에 따라 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야!’, ‘이건 내가 싫어하는 거야!’ 하면서 좋고 싫고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는 게 힘이 드는 거예요. 좋아하는 걸 그만두는 것도 힘들고,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도 힘들고, 그런 자신을 이겨내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좋음도 놓아버리고 싫음도 놓아버리면

그런데 좋고 싫고를 놓아버리면 주어지는 대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청소할 일이 있으면 청소를 하고, 공부할 일이 있으면 공부를 하고, 법문을 할 일이 있으면 법문을 하고, 농사지을 일이 있으면 농사짓는 일을 합니다. 이것을 ‘화작’이라고 해요.


누가 봐도 농사지을 때는 농사꾼처럼 보이는 거예요, 만약 농사를 짓고 있는데 스님처럼 보이면 화작이 아직 못 된 겁니다. 화작은 ‘삶에 걸림이 없고 자유롭다’ 이런 의미입니다.

자유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주어지는 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것은 욕구입니다. 욕구대로 살고자 하면 왕의 길을 가야 해요. 그러나 화작이란 자기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환경이 주어지는 대로 그 조건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화작을 하게 되면 어디를 가도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왕의 자유는 권력을 갖고 있을 때만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비난과 보복이라는 과보가 따르게 됩니다.

<스님의 하루 201220>


2.

인간 영역에서 자율은 한 사람의 독특하게 특징적인 어떤 것이 보존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유는 무언가 다른 것, 즉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인간 체험입니다. 엄밀히 말해, 결코 자유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모든 사고와 모든 행동은 그 순간의 구조적 정합성들과의 일치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대안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구조적 정합성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안적인 행동 방식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차로에 도달하게 되면 그들은 두 방향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여행을 계속하기 위한 두 개의 선택지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좋은 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우선 차이를 만들어서, 선택할 수 있기 위하여 두 방향들을 구분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쩌면 그들은 동전을 뒤집고, 그렇게 함으로써 마침내, 그 순간에 주어진 구조적 정합성들과 일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줄 차이를 드러내 주는 과정들을 위해 길을 나아갈 것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p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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