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
나를 돌아보는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낮선 공간과 새로운 시간 속으로 떠나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 한두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다. 낯선 공간과 새로운 시간으로부터 이전의 인연들이 다 끊어지니 원래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별 거 아닌 나에게 누가 별 거 아니라고 비난을 한다해도 흔들릴 게 없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살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돌아온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한두달 끊어졌던 시절인연들이 이어지고 그동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별 거 아닌 작은 재주로 정말 많은 사랑과 대우를 받았구나. 내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이 고맙고,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가 고맙고, 기타칠 수 있는 손가락이 고맙고, 눈이 고맙고, 귀가 고..
천직은,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며 동시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다 다른데 이 세가지가 하나로 일치하면 바로 천직이라 할 수 있다. 자기의 천직을 알고 싶다면, 순서대로,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해봐야 안다. 해봐라. 몸소 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자기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막상 부딪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 자기 몸에 잘 안맞는 옷처럼 벗고 싶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맞지 않을 옷을 좋아할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잘 맞지 않는 옷을 좋아하면 생활이 불편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니 거동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잘 할 수 없다. 이때는 다시 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한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서 발품을 팔면 몸..
흔히들 '담배 끊고 싶은데'하면서 담배를 끊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몸과 마음의 부조화다. 마음은 '끊고 싶다'고 말하지만 몸이 반대로('싫다') 말한다. 즉 몸과 마음이 따로논다. 그래서 실제로 담배를 끊으면 몸에 거부반응이 온다. 금단현상이다. 담배를 끊는 것은 몸이 바뀌는 것이다. 몸이 쉽게 바뀌겠는가? 이제 몸이 바뀌면 '담배 피고 싶은데' 하는 마음도, '끊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끊을 것도 피울 것도 없기에 몸과 마음은 따로 놀지 않는다. 둘이면서 하나인 음양의 원리. 몸을 바꾸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을 바꾸는 것은 몸이다. 이렇게 자기(自己)가 바뀐다. 자기를 바꾸다(易)보면 양생(養生)의 길을 걷는다. 이 바꾸기 훈련을 유교에서 수양, 불교에선 수행, 도교에선 수련이라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