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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에서 당신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미지가 당신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지요. 그렇게 말할 때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나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봅니다. 삶이 당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고 당신은 그것을 보는 거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이미지들에게 폭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마음에 들러붙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미지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정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어떤 이미지들이 다른 이미지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따위이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무언가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스핑크스의 이미지를 보았다는 사실이 당신이 거리에서 마주친 어떤 남자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요. 나는 모든 이미지,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그밖의 모든 것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지각은 완전히 달라지지요. 어떤 이미지들이, 아마도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나머지 모든 것을 수정합니다.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들이 있지요. 그건 위대한 수수께끼이나, 나는 확실히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믿지요. (화가의 잔인한 손 203)
2.
게다가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와서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를 결코 알지 못합니다. 일단 이미지들이 우리의 머리로 들어오면, 이후에 그것들이 어떻게 동화되고 흡수되는지는 모를 밖에요. 그것들의 형태를 바꾸지만,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54)
3.
이것은 물론 의식이 환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본성은, 결과들을 받아들이되 그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원인들의 질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연장 속의 각 신체, 사유 속의 각 관념과 각 정신은, 이 신체의 부분들, 이 관념의 부분들을 포섭하는 독특한 관계들에 의해 구성된다. 연장 속의 각 신체, 사유 속의 각 관념과 각 정신은 이 신체의 부분들, 이 관념의 부분들을 포섭하는 독특한 관계들에 의해 구성된다. 한 신체가 다른 신체를 <만날> 때, 한 관념이 다른 관념을 만날 때, 이 두 관계는 결합되어 보다 큰 능력을 갖는 하나의 전체를 이루든가, 아니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해체하여 그 부분들의 결합을 파괴하게 되든가 하는 일이 일어난다. 살아 있는 부분들의 전체는 복잡한 법칙들에 따라 결합하거나 해체된다. 따라서 원인들의 질서는 끊임없이 자연 전체를 변용시키는 관계들의 결합과 해체의 질서이다. 그러나 의식적 존재들인 우리는 이러한 구성과 해체의 결과들만을 받아들인다. 우리의 신체가 한 신체를 만나서 그것과 결합될 때, 즉 우리는 기쁨을 느끼고, 반대로 한 신체 혹은 한 관념이 우리의 고유한 결합성을 위협할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우리의 신체에 <일어나는 것>만을, 우리의 영혼에 <일어나는 것>만을, 즉 우리 신체에 미친 한 신체의 결과, 우리 영혼에 미친 한 관념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스피노자의 철학 34)
4.
음, 제가 대변하는 대개의 그런 아이디어들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벌써 150년도 더 이전에 독일의 위대한 생리학자인 요하네스 뮐러는 그가 특수한 신경에너지의 원리라고 부른 멋진 관찰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틀림없이 반영론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겁니다.
요하네스 뮐러가 무엇을 관찰했나요?
여러 가지 감각의 신경들은 항상 그에 상응하는 느낌들, 예를 들어 빛, 소리, 압력 등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는 이러한 일이 그런 느낌을 초래하는 자극의 물리적 속성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감각이 원래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뿐입니다. 인식의 입구에서 (인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소위 세계의 심부름꾼들은 (세계의 다양한 모습들은) 그들 자신의 특별한 속성들을 없애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오늘날은 자극의 무차별적 부호화가 얘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극 혹은 교란이 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이게 신경세포가 알려주는 전부입니다. 그러나 교란의 원인은 불분명하고 그 원인은 특수하게 부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신경섬유를 식초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색이 있는 빛을 지각하게 됩니다. 혹은 미각을 느끼는 혀의 돌기를 몇 볼트의 전극봉으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식초 맛을 느끼게 됩니다. 생리학 교재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볼 때 외부세계가 내부세계에 베껴진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 할 것입니다. 식초가 색의 흔적이 되고 전기가 식초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뭐가 밖에 있지요? 그런 생각을 계속 밀고 나가게 되면 우리는 지각과 느낌이 우리 자신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고 외부세계에 색깔, 냄새, 통증, 따스함과 차가움이 있는지 없는지 결정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세요. 여기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입니다. 모든 것이 살아가고 있고,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은 색을 보고 따스함과 차가움을 경험하며, 꽃 혹은 매연 냄새를 맡으며 수많은 느낌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구성된 관계들입니다. 그것들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안에서 생겨납니다. 말하자면 음악을 듣는 일의 물리적 원인은 공기 중의 몇몇 분자들이 다소 느리게, 다른 분자들은 약간 빠르게 고막에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음악이라고 말하지요. 색을 지각하는 것은 망막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몇몇 세포군이 여기서 색의 느낌을 산출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외부세계로부터 내부로 도달하는 것은 전자기적 파동이고 이것이 망막에서 자극을 발생시키며 특정하게 배열되는 경우 색깔의 지각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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