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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의 32번째 대목을 보면 금강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수행자는 "인연 따라 만들어진 모든 것들을 마치 꿈,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갯불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공성空性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인연 따라 잠시도 머묾 없이 변하는 모든 것의 실상인 공성을 보는 것이며, 공성을 온전히 보고 이해하면 반야의 지혜가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반야부 경전 전편을 관통하고 있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알아차려야 하는 까닭은 어느 것 하나 두 찰나를 연속하여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변하므로 '있다(有)'라고도 할 수 없지만, 찰나마다 다른 모습으로 앎이 상속되니 '없다(無)'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앎이 상속되는 것에서 보면 항상 있는 것 같고, 찰나의 다름이 앎이 된다는 것에서 보면 변화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있음만도 성립되지 않고 없음만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미지(相)로 그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있는 그대로를 아는 지혜입니다.
이 지혜는 다름으로 나타나는 찰나의 모습(相)이 꿈처럼 있지만 그 또한 두 찰나를 연속하지 않고, 나타나는 모습마다 다른 모습이 되면서 앎이 되는 무상(無常,無相)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 마음입니다. 이 마음, 곧 지혜가 작용하는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은 없던 데서 생겨난 것도 아니고, 이미 있는 존재가 인연따라 흘러가는 것도 아닙니다. 다름으로 나타나는 찰나의 모습이 전부입니다. 인연의 실상이 이와 같기 때문에 <금강경>에서 말하는 꿈과 같다는 것은, 생겨나고 없어지는 모습이기에 꿈과 같다는 것이 아니라 모습 너머에 모습을 모습이게 하는 어떤 실체도 없기에 꿈과 같다는 것입니다.
- 정화스님, <육조단경>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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