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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식의 작용입니까?

 

앞에서 식은 마당이고 마음의 작용인 심소가 그 가운데 활동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이[인식주관], 무엇을[인식대상] 아는 것이 아니라 '이 두가지 관계로 형성된 앎만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수나 상이나 행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수상행만 있을 뿐입니다. 마당을 펴면 그 가운데 저절로 수상이 있게 되는데, 이때 분별의 행으로 가지 않고 수상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수행입니다. 즉 식[마당]에 수상[활동]만 있는 것으로서, 인식주관과 인식객관이 만나서[識] 수상으로 모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때 무엇이 있어서 수와 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 수와 상이 저절로 앎으로 나타납니다. 앎[식]은 저절로 아는 것이 속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지켜본다고 하면 그 생각을 지켜보는 무엇이 있는 것처럼 이해되기 쉽습니다만, 그와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것 자체가 식장이 되고 그곳에서 생각 자체가 인식주관과 대상으로 나뉜 듯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입니다. 주관이 대상을 대상이게 하고 대상이 주관을 주관이게 하면서 흐르기 때문에 앎이 앎의 대상이면서 앎 그 자체가 주관이 된 하나의 식장으로 그렇게 뵈일 뿐입니다. (p205)

 

그동안 마뚜라나의 관찰자, 스피노자의 이성이 무엇인지 찾아다녔으나 이제 그것들이 일종의 방편이었음을 알았다. 관찰자는 없다. 이성은 없다. 단지 흐름의 한쪽인 인식주관을 그리 불렸을 뿐인데 말이다. 스피노자가 신을 방편으로 이용해 신을 증명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피노자의 신을 이해할 수록 신을 버리게 된다. 이제 위의 문답을 읽고 확실히 방편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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