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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그린다.

T1000.0 2012. 9. 20. 15:34

불교 유식의 가르침을 통해 말하면,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린다'만이 있게 된다. 

나[인식주관]와 그림[인식대상]이 사라진 그린다의 흐름만 있을때 그림은 예술이 된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집중하게 되고 나와 그림이 하나로 통합되면 그린다만이 있게 되는 것인데,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이 "무엇이 그림을 그리는지 모른다"고 했던 말은 이런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반대로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타자화하고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그림과 나를 분별할 때는

기술의 차원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베이컨은 자신의 그림에 연습이란 말을 제목에 붙였는데,

아마도 그는 그림을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수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화가에게 삶이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그 자체가 수행이었다.

삶이 곧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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