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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무위자연

T1000.0 2012. 12. 11. 16:15

우리 삶은 대부분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지와 행동에 의해 움직이고 전개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하려는 마음 없이 하고 되는 바 없이 되는 도리를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은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교화했지만 정작 이 법을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고 집착한 바 없이 널리 설하여 중생을 제도합니다.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지요. 그래서 설법 전에 법을 청하는 청법이 있는 것입니다. 먼저 물어야 응답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들으려 하지 않으니 실컷 털어놓지 못해서 아쉬워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 뜻과 내 마음과 내 주장과 내 처지를 이해받으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세상 누구에게도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찾아와 자기 괴로움을 호소하면 그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보여주었을 뿐입니다.[각주:1]

 

T1000.0 : 무위無爲. 함이 없는 함을 어떻게 이룰까? 그 하나는 간섭하지 않는 것. 이는 무관심하라든가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첫째로 '나' 중심이 되지 않는 것을, 내가 옳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하고 둘째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으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니 무관심이 아닌 관심이고 사랑. 이러할 때 함이 없는 함을 이룰 수 있지 않겠나.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나누는 것을 특별히 함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 그자체로 서로에게 나눔이 되는 연기적 상태다. 나무가 나무의 활동 그자체로 생명력을 나누고 있고 태양이 활동 그자체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따로 여력이 남아서 돕는 것이 아니다. 따로 함이 없다. 이와 같이 무위자연의 부처님은 나무처럼, 태양처럼 함이 없는 행을 하였다. 오직 활동일뿐!

 

어머니는 아이가 목말라 하면 물을 주고 배고파하면 밥을 주면서도 내가 지금 아이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어 살리듯이. 물이 만물의 생명을 북돋우듯이, 공기가 생명을 숨 쉬게 하듯이, 중생을 교화하되 교화한다는 생각이 없는 행,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한다는 생각이 없는 행이 무위의 행, 함이 없는 행입니다.[각주:2]

 

  1.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p413 [본문으로]
  2. 같은 곳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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