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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식이 흐려져서 그런 거니까, 그냥 '어머니가 연세가 드셨구나, 어린 시절이 그리우신 거구나.' 생각하면서 어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 돼요. 꿈을 꾸듯 하는 이야기를 잘했니, 못했니, 고치라느니 따질 일이 아닙니다. 상대는 무의식에 빠져 하는 이야기인데, 괜히 거기에 시비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치매기라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5살, 7살짜리가 되어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8살짜리가 되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때는 "네,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해야지, "죽은 친구가 뭐가 보고 싶어요?" 이렇게 따지면 안 됩니다. 그냥 "그러세요, 네."하고는 차 타고 한 바퀴 돌다 들오온다든지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또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는 일일이 따지지 말고, '눈을 뜨고 있지만 꿈속에 계시구나.'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가 옛날 얘기를 할 때는, 해결하는 답변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친구가 보고 싶다." 그러면
"친구 찾아드릴까요?" 하지 말고 "네, 어머니,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만 내면 됩니다.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산소 모셔다 드릴가요?" 이렇게 하지 말고 "네, 산소에 가고 싶으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다시 또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네, 내일이나 모레 날이 맑으면 갑시다. 오늘 날씨가 흐려요." 또는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나 모레 갑시다." 이렇게 약간 뒤로 미뤄놓으면, 어머니는 잊어버리고 아무 얘기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다시 또 얘기하면 "산꼭대기인데 어떻게 가요?" 이렇게 따지지 말고 이야기를 받아주면 됩니다. 실제 모시고 갈 필요도 없어요. 그렇다고 반대도 하지 말고 "네, 그러세요. 아버지가 보고 싶으신가 보네요." 하거나, "어릴 때 아버님이 좋으셨어요?라고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인생 수업 65)

T.

위의 인용글은 나에게 경청에 대한 태도로 읽혀진다. 내가 명심하는 대목은,
"해결하는 답변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렇게 따지지 말고 이야기를 받아주면 됩니다."
"친구 찾아드릴까요?" 하지 말고 "네, 어머니,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만 내면 됩니다."
요컨대, 일상의 대화,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말을 시비하지 않고, 말이 덮고 있는 감정을 읽고, 감정이 덮고 있는 욕구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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