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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못마땅한 나를 살해하는 것
1.
대체 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걸까요? 개인적인 원인은 바로 '자신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합니다.
우리에게는 다음과 같은 상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 돼야 해.'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남이 나를 뭐라 하든 관계없이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정해진 상이 있습니다. 이를 자아, 자아상, 자아의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상상의 자기를 만들고, 그 상상의 내가 진짜 나인 줄 착각합니다.
자아의식이 현실의 자기를 죽여버리는 게 자살입니다.
2.
또한 우리는 상대에 대해서도 상을 그립니다. 가령 '내 애인은 이런 사람이어야 해'라는 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애인이 이 기준에 못미치면 불만스러워지고 보기 싫어집니다. 그럼 헤어지면 되는데, 상대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살인입니다. 자살이나 살인이나 다 자기가 그리고 있는 상에 근본을 두고 현실을 부정하는 겁니다.
3.
살인과 자살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일어납니다. 상대(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의 어떤 생각에 기준을 두고 "너(나)는 이래야 하는데 이렇지 못하다. 넌(난) 나쁜 놈이다. 너(나) 같은 놈은 없어도 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내치는 방법으로 첫째는 "꼴도 보기 싫어." 하다가 "가, 내 눈앞에서 나타나지 마."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면, 상대(나)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게 살인(자살)을 합니다.
자살은 살인과 동일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을 뿐입니다.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 "나만 죽기 억울하니까 너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쪽으로 가기도 합니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되는 겁니다
4.
이제 자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아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자아의식에 맞게 현실의 자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자아의식이 허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걸 버림으로써 현실의 자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니까 말이 서툴면 서툰게 자기이고, 눈이 안 보이면 눈이 안보이는 게 자기이고, 공부를 못하면 공부를 못하는 게 자기입니다. 이게 현실이에요. 이 현실의 그냥 있는 그대로 다 소중한 겁니다. 돌멩이가 꼭 큰 게 좋고, 작은 게 나쁜 게 아니듯이, 현실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자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 수업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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