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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가르쳐주는 것은, 지구네.

 

지구는 지금까지 살아온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신가.

 

그런데 불사의 존재인 지구란 놈을 캐어보면[각주:1] 스스로의 실체랄 게 없네.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연결되어 둥근 뭉치를 이룬 것인데  

 

그나마 그 몸체를 이루는 연결들은 이것이 끊어지면 저것이 이어지고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생겨나고 하면서 제 모습을 시시각각 바꾸네.

 

한순간도 똑같지가 아느니 딱히 실체랄 게 없고 그래도 실체라고 한다면

 

한순간도 똑같지 않는 그게 바로 실체일세.

 

오호, 불사가 궁금한 게였지? 그 놈이 얼마나 살았는지는 정확치는 모르지만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말해봄세. 지구가 지금도 숨쉬듯 철따라 시따라 모양을 

 

바꾸는 건 흐르는 강물같다네. 도도히 흐르는 저 강물은 늘 한가지 그대로인 것 같지만

 

어제본 그 강물이 아니라네. 한 시도 쉬는 법이 없고. 강물을 한바가지 퍼 그릇에

 

담으면 바가지따라 그릇따라 그 모양을 바꾸는데 궁시렁 말한마디 없다네. 말없는 건

 

강물이 착하거나 간사해서 그런 게 아니고 만나는 인연따라 이어지고 끊어지고하기 때문이지.

 

물은 이를 마다하지 않을 뿐이야.

 

생과 사도 이와 마찬가질세. 강물이 이어지고 끊어지는게 어디 한두번인가? 

 

생사 또한 그렇게 사가 이어지면 생이 끊어지고, 생이 없어지면 사가 생겨나고

 

안으로는 생 속에 사가 있고 사 속에 생이 있고 사가 생이고 생이 사인 법이니

 

생사가 둘이 아닌 한 몸인 줄 잘 알아야하네. 그런즉 생이 사를 물고 있고 사가 생을 물고 있는 형국으로

 

생사가 이어져 뱅그르르 돌고돌아 원을 그리니 이제는 어디부터가 생이고 어디부터가 사인지 당최 알아 볼 수가 없네.

 

이를 두고 위대한 스승님 석씨는 "불생불멸"이라 한 게야.

 

불사란 무엇이겠는가? 진정 불사란 죽어야 사는 법임을 아는 것일세.

 

생과 사가 한 몸인 줄 알면 영원히 사는 게 영원히 죽어야 되는 것임을 알진데 어찌 죽지 않기를 바라겠는가.

 

불사는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죽는 것도 아니야. 죽고 살기를 영원히 하는 것이 바로 불사란 말이지.  

 

이 따끈한 지구는 그렇게 지금껏 불사를 이루었다네.

 

그런데 자네는 알고 있는가? 지금 자네는 이미 불사라는 걸.

 

저 불사신 지구의 몸이 벌리는 모든 일들은 자네 몸에서도 똑같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네.

 

그것만이 아니야. 우리도 지구처럼 딱히 우리라고 할 것이 없네. 다 인연따라 학생도 되고 선생도 되고 

 

남편도 되고 아내도 되고 사장도 되고 손님도 된 것이지 어느 것 하나 나 홀로 된 것 하나 없지 않은가.

 

게다가 다 인연이 다하면 가고 없는 이름들일 뿐이라 나라고 할 것이 없는데, 없는 내가 무슨 수로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말일세, 안이든 밖이든 한순간도 쉬지않고 생사의 동글뱅이를 그리는 소우주에 다름아니지. 

 

허나 우리가 이미 불사인 것은 그닥 놀랄일도 아니네. 우리는 원래가 지구를 이루는 지구 그자체로 이어져있는게 아닌가. 

 

불사신 지구의 변화무상(變化無常)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란 사실을 깨달은다면 

 

죽는다는게 두려울 게 무언가?

 

만일 사는 게 좋아 죽지 않는 불사를 바란다면 암(癌)선생에게 물어보게. 

 

죽지 않겠다고 버팅기는 게 바로 암 아닌가. 암이 죽어야 사람이 살지 않겠나.

 

그러니 죽는 걱정일랑 잊어두고 지난 일은 지나간 것이니 내비두고

 

오늘 이 시간을 조화롭게 살어보세. 시간이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간이 시간과 정답게 만나도록, 똥 눌 때 똥 누고 밥 먹을 때 밥 먹는 삶을 산다면

 

따로 할 일이 없어 평안한 마음이 저절로 들고 어느 것 하나 안되는 일이 없으니

 

이 행복을 어디에 비길 것인가.

 

 

 

 

 

 

  1. 추상(抽象)해보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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