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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2

설명원리(인과론적 사유)

T1000.0 2020. 2. 16. 20:03

설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는자를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쓴 유명한 <메타로그>를 통해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딸아이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딸 : 아빠! 본능이 뭐죠?
아빠 : 본능은, 얘야, 하나의 설명원리란다.
딸 : 설명원리는 뭘 설명하죠?
아빠 : 네가 그것을 (설명원리라는 것을) 통해서 설명하고 싶어 하는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딸 : 그러면 중력도 설명하나요?
아빠 : 원하기만 한다면 중력도 설명할 수 있단다. 그리고 우리는 달도 본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의 세기는 거리에 반비례하지.
딸 : 아빠, 그건 말이 안 돼!
아빠 : 그래 말이 안 돼, 분명히.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네가 본능으로 시작했잖아.
딸 : 그러면 중력은 뭘 설명하지, 아빠?
아빠 :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 왜냐하면 중력은 하나의 설명원리니까.
딸 : 아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빠 : 자, 넌 알고 있어. 설명원리들이 무엇인지. 개의 서술적 진술들을 서로 묶는 모든 진술은 하나의 설명원리야. 우리는 가령 달을 보고서 말이지, 오늘은 달이 여기 있어. 어제는 저기 있었는데!라고.

아빠가 딸에게 설명이라는 것들이 우리의 구성물이라고 말하려는 겁니까?

그는 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의미론적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어느 날은 달이 어떤 특정한 위치에 있는 것을 보고 다음 날은 다른 위치에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는 두 개의 관찰을 소위 자연법칙을 통해서 묶어 냅니다. 자연법칙이 달의 위치변경을 초래했다고 말하는 거죠. 그리고는 이런 것을 인과적 설명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인과적 설명은 삼원적 (세 가지 원소를 포함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인, 결과 그리고 변형의 규칙을 포괄합니다. 이를 사람들이 관찰한 변화에 깔린 법칙이라 합니다. 손가락 사이에 백묵을 끼고 있다가 손가락을 벌리면 백묵은 땅에 떨어집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백묵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손가락을 벌리는 것이 되고 결과로는 백묵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변형의 규칙으로는 중력이 언급됩니다. 물론 우리는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과적 결합에 대한 믿음은 하나의 현대적 미신이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당신은 설명이 자연의 실제적 법칙을 복사해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리고 설명이 (설명 내용에) 상응하는 것을 현실에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어쨌거나 자연법칙들이 우리에 의해서 쓰여 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연법칙들은 발명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간단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있잖아요.

T.

요컨대. 설명을 설명하면 모든 설명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설명원리일 뿐인데 두 개의 서술적 진술들을 서로 묶는 모든 진술은 하나의 설명원리.
설명원리에 의하면 법칙은 진리가 아니라 발명되는 것[이라고 이해됨].

제가 설명이라는 것을 두 개의 관찰을 서로 묶어주는 의미론적 다리로 묘사했던 것을 상기해 보십시오. 설명은 언어의 한 현상입니다.(172)

T2.

"그는 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의미론적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설명은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가령 불교의 공이라는 개념의 설명은 공을 설명하지 않는다. 공의 의미론적 현상을 보여줄 뿐이다. "불생불멸 부증불감 불구부정"
공은 설명원리이고 이 설명원리들의 특성은 공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의 의미론적 현상만을 보여줄 뿐 공의 원리는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르니까. 우리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 역시 진리로 확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력처럼 공 역시 설명원리이고 발명품임을 알아차린다면 진리라는 명목으로 집착하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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