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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슬픈 정념과 괴로움

T1000.0 2019. 11. 30. 08:42
1.
<군주제의 커다란 비밀과 그것의 근본적인 관심은 인간들을 속박할 때 이용하는 공포를 종교의 이름으로 가장하면서 인간들을 속이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예속이 마치 자신들의 안녕이라기도 하듯이 예속을 위해서 투쟁한다.> 이것은 슬픈 정념이 욕망들의 무한성, 영혼의 동요, 탐욕, 미신 등을 통합시켜 놓은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미신을 열성적으로 따르는 사람은 가장 무절제하게 재물을 탐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슬픈 영혼들이 상납하고 선전하기 위해서 폭군을 필요로 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폭군은 성공하기 위해서 영혼들의 슬픔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이들을 통일시키는 것은 삶에 대한 증요이며, 삶에 대한 원한이다. <윤리학>은, 모든 행복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불행이나 무능력을 자신의 유일한 열정으로 삼는 원한을 가진 인간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 43)

2.


스피노자에게는 <삶>의 철학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해 그 철학의 요체는 우리를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모든 것, 우리 의식의 조건들과 환상들에 연결되어 있는, 삶을 거역하는 모든 초월적 가치들을 고발하는 것에 놓여 있다. 삶은 선과 악, 오류와 공로, 죄악과 속죄 등의 범주들로 중독되어 있다. 삶을 중독시키는 것은 증오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대한 증오, 즉 죄의식이 포함된다. 스피노자는 슬픈 정념의 그 끔찍한 연쇄를 하나하나 따라간다. 제일 먼저 슬픔 자체, 그 다음에는 증오, 반감, 조롱, 공포, 절망, 양심의 가책, 연민, 분개, 시기, 자기 폄하, 회한, 비굴, 수치, 후회, 분노, 복수, 잔인함 등이 나온다. 그의 분석은 더 멀리 나아가 심지어는 희망이나 안정에서도, 그것들을 얼마든지 노예의 감정으로 만들 수 있는 슬픔의 씨앗을 찾아내기에 이른다. 진정한 정치체는 시민들에게 보상에 대한 희망이나 심지어는 재산의 안전보다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행실로 인하여 보상을 받는 것은 노예이지 자유인이 아니기 때문인다.> 스피노자는, 슬픈 정념이 좋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니체에 앞서 삶을 위조하는 모든 것들, 우리가 삶을 폄하할 때 의거하게 되는 모든 가치들을 고발한다. 다시 말하면 스피노자는, 우리는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며 단지 삶과 유사한 어떤 것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죽음으 피하기 만을 꿈꾸고 있으며 우리의 모든 삶은 죽음에 대한 숭배라는 것을 주장하는 모든 가치들을 고발한다.  (44)

3.

복잡한 것은 우리들의 생각이고 어리석은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지 세상은 어리석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아요. 세상은 그냥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를 고집하고, 자기 것을 고집하고, 자기가 옳다고 고집해서 결국은 자신을 괴롭힙니다.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것은 모두 괴로움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요. 누가 날 이렇게 괴롭힐까요?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괴로워하는 있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함부로 한다. 자기를 아끼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기 247)

3.

그러니 먼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더 이상 학대하고 못살게 굴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며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남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는 출발점이자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자기를 고집하고 자기 것을 고집하고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것이 바로 자기를 학대하는 길입니다.

작은 티끌 하나 속에도 천지의 은혜가 있고 만인의 노고가 있는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그 물건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그 물건이 기꺼이 쓰이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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