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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에 어질고 현명한 왕이 있었다. 연일 국정에 몰두하던 왕이 모처럼 짬을 내 신화들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

아침 일찍 떠났다가 저녁에 환궁할 요량이었는데, 사냥에 심취한 나머지 미처 해가 기우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날이 너무 어두워 궁궐까지 갈 수가 없었다. 충직한 신하들은 얘가 탔다. 왕이 말했다. 저기, 저 민가에 하루 묵도록 하자.

신하들은 펄쩍 뛰며 두 팔을 내 저었다. 어떻게 전하께서 누추한 여염집에 들 수가 있겠느냐며, 밤길을 재촉해서라도 궁으

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왕이 말했다.

"내가 저 집에 들어가면, 내가 백성이 되겠느냐 아니면 저 집이 궁궐이 되겠느냐."[각주:1]  

 

왕의 존엄은, 저 왕의 비범한 포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왕의 '중도'에서 나온다.

집은 집일 뿐. 집이 궁궐이 되지도 왕이 백성이 되지도 않는다. 신하들처럼 궁궐에 집착하지 않으니 왕은 그 어디에도 자유롭다.

 

중도는 조화와 균형을 잡는 중심이동입니다. 그래서 중도는 단순한 중앙이 아니라 양단의 '사이'입니다. 

중도를 '사이'라고 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정할 수도 정해진 바도 없기 때문입니다.

중도는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며 새로운 길, 제3의 길입니다.

(불교는 중도를 공(空)이라합니다. 공도 '사이'입니다. 사이(間)는 정해진 바 없는 텅빈 공(空)이고 

새로운 길이 만갈래로 뻗어도 충분한 충만입니다. 말그대로 중도는, 공은, 사이는 텅빈충만입니다.

유교도 중도를 사유하고 있습니다. 그때그때마다 중심이 되는 자리라는 뜻의 '시중지문(時中之門)'이 그것입니다.

이는 중도의 길을 사유하는 중용(中庸)의 덕입니다.)

 

 

 

 

 

 

  

  1. 문학동네 20호, 1999년 가을 <박상륭인터뷰글>에서 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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