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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의 고원들

욕구와 욕망, 쾌락

T1000.0 2012. 9. 28. 08:51

스피노자의 정의를 빌자면 욕망은 욕구와 같은 것인데, 욕구를 의식하는 것이 욕망이다. 때문에 욕망은 인간에게만 한정된다.

따라서 처음에는 욕구가 있고 인간은 이 욕구를 의식해 욕망한다.

처음 욕구가 생기면 욕구가 채워지느냐에 따라 욕구는 기쁨 또는 슬픔으로 변한다.

이제 이 기쁨 또는 슬픔을 의식하게 되면 욕구는 욕망이 되는데 이때 욕망은 두가지로 갈린다.     

욕구를 의식하는 욕망이 기억으로 새겨져, 부재로 인한 집착을 하게 되면 욕망이 쾌락과 죽음으로 가는 길이 하나이고

반면 기억이 아니라 망각으로 새겨지면[비우면] 욕망은 현재의 것, 새로운 것을 욕망하게 되어 능력과 생산의 길을 간다.

예를 들어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이것을 기쁨 또는 슬픔으로 경험하는데,

가수가 큰 인기를 얻어 큰 기쁨을 경험하면 이것을 기억해 이를 욕망하게 되는데, 이 때 가수가 인기가 떨어지고 예전의 인기를 현재의 부재로 집착하게되면 괴로움이 생기고 심각하게는 불안 증세를 갖게 되며 극단적으로는 마약을 하게 되거나 자살에 이르게 된다. 이는 욕망이 집착으로 왜곡되는 길, 즉 쾌락과 죽음으로 향하는 길인데, 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구를 채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욕망하기 보다, 기억에 집착해, 즉 기쁨의 부재에 집착해 올곧게 욕구를 욕망하지 못하고 마약을 통해 부재의 공허함을 채우고 죽음을 향하는 쾌락에 빠진다. 쾌락은 욕망의 결과, 기억만을 누리려하기 때문에 욕망을 오히려 중단시킨다. 즉 마약과 쾌락은 가수가 노래 부르는 욕망과 능력을 중단시킨다. 마약을 통해 전락하는 가수의 경우는 욕망을 기억에 가두고 현재의 새로운 욕망의 흐름에 불응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요컨대 기억 속에서의 망각이 중요하다. 욕망이 죽음의 선을 타지 않고 생산과 창조의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억을 내려놓고 현재의 새로 만나는 욕망에 귀기울여야한다. 그래야만 욕망은 활기차게 흐르며 삶은 윤기가 흐른다.

 

욕망은 망각이다. 반면 집착은 기억이다. 

욕망하지 않으면 집착은 끊을 수 없다.

다만 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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