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한 사회적 집단의 접속이 지닌 모든 규칙성들은 그 집단의 생물학적, 문화적 전통을 말해준다. 전통이란 무엇을 보고 행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감추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통은 사회적 체계의 역사를 통해 당연하고 규칙적이며 받아들일 만하게 된 모든 행동방식들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이 행동방식들을 산출하는 데는 성찰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이것들이 주의를 끌게 되는 것은 오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뿐이다. 바로 이때 성찰이 시작된다.

2.
우리가 인간으로서 함께 나누는 것은 오직 생물학적 전통뿐이다. 그것은 자기생성체계들이 처음으로 번식하기 시작하면서, 또 몇 백만 년 전 인류 계통과 문화적 전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함께 생겨났다. 이 생물학적 공동유산이 바탕이 되어 우리는 서로 어울리는 구분들을 함으로써 공동의 세계를 산출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들과 상관없이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자연이다. 우리는 모두 하늘이 파랗고 날마다 해가 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물학적 공동유산은 우리가 온갖 문화적 세계를 산출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인식활동은 효과적인 행위로서 생물학적 영역에 속하지만 또한 언제나 문화적 전통 속에서 움직인다. 이 책에서 제시한 인지현상에 관한 설명은 과학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며 과학의 기준들에 맞는 만큼만 타당하다. 하지만 이 전통 안에서는 우리의 설명이 독특한데,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곧 인식(활동)이란 객체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인식활동이란 효과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인식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산출한다.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인식하기란 어느 고정된 점에서 출발하여 직선적인 설명으로 모든 것을 완전히 설명할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인식하기란 오히려 에셔의 작품 <화랑>에서

소년의 처지와 비슷하다. 소년이 바라보는 그림은 눈에 뛰지 않게 천천히 변해서 소년과 화랑이 있는 도시로 바뀌어버린다! 여기서 어느 한군데를 (밖? 안? 도시? 소녀의 의식?) 출발점으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인지적 순환을 깨닫는 것은 인식현상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거기서 출발해야만 인식활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앎의 나무 273)

T.
1.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식에 있어서 객체는 공하다.
한 막대기가 있어 길다고하나 길다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길다.(막대기 자체는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 있어 잘 생겼다하나 잘 생긴게 아니므로 그 이름이 잘 생겼다이다.(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이다) 길다, 잘 생겼다가 객체와 아무 관계가 없다. 인식이란 효과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2.
길다, 잘 생겼다는 인식활동이 '인연을 따라 이룬다' 함을 과학적으로 말하면,
그러므로 인간의 인식활동은 효과적인 행위로서 생물학적 영역에 속하지만 또한 언제나 문화적 전통 속에서 움직인다.

3.
"나는 허영, 피상성, 질투, 확실성의 유혹들이, 당신이 더 잘 알려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될 때 직접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아부하는 속성들의 목록을 믿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누군가로 간주되는 것은 사로잡힘의 한 형태입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이 뭐라뭐라하는 속성들을 자신의 뛰어난 자질들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내가 볼 때 맹목적으로 보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서 보는 것 -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의 인성이 아닙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314)

인식은 객체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의 인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뫎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출현  (0) 2020.12.18
사랑의 생물학  (0) 2020.12.17
언어안에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작업적 응집성, 의식  (0) 2020.12.17
언어와 자아의식  (0) 2020.12.17
언어의 발생  (0) 2020.12.17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