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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인정욕망은, 쉽게 말하면 "남이 좋아하는 모습을 따르는 것"이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 엄마가 하라고 해서, 팬들이 좋아할 것 같아, 소비자가 좋아할 것 같아. 물론 그 욕망의 성취가, 인정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엄마의 원대로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또는 인기를 얻게 되고, 돈을 벌게 되고. 그러나 겉으로는 좋아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타자의 욕망대로 움직이는 노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다 너 좋다고 하는 거다"고하며 타자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동일화시키는 그 속을 드려다보면 노예를 자처하고 있는 꼴이다. 때문에 이루고 보면, 공허하다.

2.

그러나 인정 욕망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일 수 있겠다. 아기로 태어나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면 엄마가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나는 충분히 양육되고 보호받는다. 인정 욕망을 욕망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여전히 미숙한채로 또는 장성한채 노예로 예속되어 안녕만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인가 스피노자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붙일 때 "인민은 왜 그토록 비합리적인가? 인민은 왜 자신의 예속을 영예로 여기는가? 왜 인간은, 예속이 자신들의 자유가 되기라도 하듯 그것을 <위해>투쟁하는가?" 인정 욕망은 그 대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문제는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채우는데 예속되다 보니 본래 나의 욕망은 꾸준히 소외된다. 어떻게 하든 내 삶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채우려 해 본 적이 없기에.

 
3.

인정 욕망을 너머, 타인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살아가는 것은,  요컨대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고, 내 삶을 긍정할 때 인정 욕망을 넘어선다. 엄마의 인정, 사회의 인정, 친구들의 인정일랑 그들의 문제다.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하고 보호자 없이, 충분히 혼자 갈 수 있다고 나를 긍정하면서 내 욕망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주목은 중요하게 내재적이다. 내 안의 잣대로 헤아릴 뿐, 남들의 시선은 그들의 문제다. 내 삶의 완성은 내 잣대로 판단한다. 그러할 때 실패도 소용없다. 다시 시작하면 그뿐이니까. 때문에 두번의 긍정, 그 결과, 내 욕망의 긍정과 그 욕망의 결과까지 긍정하기에 나는 타자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인정 욕망의 너머는 노예에서 주인으로 삶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다. 똑같이 대학에 가고, 똑같이 취직을 해도, 누군가의 인정, 사회의 인정을 받을 지라도 또는 인정을 받지 못할지라도 상관이 없다.
요컨대 자립, 홀로서기가 중요하다. 때가 되면 부처님처럼, 예수님처럼 둥지를 떠나 자신의 욕망을 살아야 어떤 환경에서도 걸림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   
 
4.

두 번의 긍정은 남들의 인정을 구하지 않기에 남들의 비난도, 또한 남들의 칭찬도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다. 남들의 오해조차도 이들을 동요하게 할 순 없다. 오해가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이해해주든 오해하여 비난하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두번째 긍정이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두 번 긍정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가난해도 좋고 무명으로 끝나도 좋다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 234)

5.
 
첨언하면 나 뿐 아니라 자식들이 진정 행복하길 바란다면, '엄마아빠 말 잘들어' 소리는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에게든 하지말아야한다. 행복과 멀어지는 줄 모르고하는 소리니.
 
6.

인정 욕망의 너머에 무주상보시가.
인정과 보상에 머뭄바 없이 보시하는 긍정의 긍정.
인정과 보상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는 두 번의 긍정.
긍정의 긍정, 무주상보시는 주인으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내 삶의 태도.

진정한 정치체는 시민들에게 보상에 대한 희망이나 심지어는 재산의 안전보다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행실로 인하여 보상을 받는 것은 노예이지 자유인이 아니기 때문인다.> (스피노자의 철학 44)

7. 인정욕망을 너머 두 번의 긍정!

"좋으면 해라, 망가지면 좀 어떤가."
-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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