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예컨대 신발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예뻐보인다. 신발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신발 자체는 예쁜 것도 아니고 안 예쁜 것도 아니다. 단지 나에게 예뻐 보일 뿐이다. 해서 이 신발은 나에게 예뻐보이기는 하나 있는 그대로는 예쁜 것도 안 예쁜 것도 아니기에, 예쁨에 집착할 타당한 이유가 [신발에는] 없다. 따라서 그 신발을 갖지 못해 괴로울 바는 본래 없는 것이다. 예쁨이란 내가 지은[나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내가 지은 인연이 만든], 환상이자 꿈같은 허상이니 눈 뜨면 없어지는 것. 눈을 떠라, 괴로움은 본래 없으니.
그러므로 예쁨, 그 환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 집착하지 않지도 않는다. 그저 환상처럼 볼 뿐이다[여몽환포영 응작여시관].
2.
우리 감각이 원래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뿐입니다. 인식의 입구에서 (인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소위 세계의 심부름꾼들은 (세계의 다양한 모습들은) 그들 자신의 특별한 속성들을 없애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오늘날은 자극의 무차별적 부호화가 얘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극 혹은 교란이 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이게 신경세포가 알려주는 전부입니다. 그러나 교란의 원인은 불분명하고 그 원인은 특수하게 부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신경섬유를 식초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색이 있는 빛을 지각하게 됩니다. 혹은 미각을 느끼는 혀의 돌기를 몇 볼트의 전극봉으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식초 맛을 느끼게 됩니다. 생리학 교재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볼 때 외부세계가 내부세계에 베껴진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 할 것입니다. 식초가 색의 흔적이 되고 전기가 식초가 되는 겁니다! (발명품 22)
3.
관찰자가 외적이라고 서술하는 대상에 반사된 빛이 망막에 닿으면, 망막 자체의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시작됩니다.(이는 빛의 원천의 구조 안에서, 또는 세계의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아닙니다.)
외부 세계는 신경체계 그 자체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바의 유기체의 신경체계 안에 이러한 변화들을 유발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외부 세계가 자기 자신을 근본적이고, 참된 형태로 신경체계에 전달할 수 있는 가능한 길이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함으로 97)
[뱀에게 보이는 세계와 인간에게 보이는 세계가 다르다. 외부의 실재란 무명. 허나 무명은 없으며 무명이 다하는 것도 없다]
4.
있는 그대로의 실재란 알 수 없고[무명], 우리가 보는 연관 속에서 세계가 산출된다. 예쁜 신발은 내가 만드는 세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이 공함을 본다는 것. '실체는 없는데 작동은 있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뿐입니다.'
5.
색즉시공.
본다는 것[색]은 즉 실체는 없는데 작용은 있는[공].
공즉시색.
실체는 없는데 작용은 있는, 즉 본다는 것.
공 즉 이름 뿐.
6.
예쁜 신발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쁜 신발을 소유할 수 없고 다만 생각으로 소유할 뿐이다. 예쁨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신발 보다 저 신발이 좋은 이유는 신발에 있지 않으며 저 신발이 이 신발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나로 인해서다. 관찰자와 독립되어 있는 예쁜 신발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쁜 신발에 집착하는 것은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이며 예쁜 신발을 소유한다는 것은 눈을 뜨고 꾸는 꿈이다.
7.
신발의 무아.
신발의 실체는 없다. 나에게 신발로 작용될 뿐이다. 신발이란 이름붙이기를 통해 신발이 출현한다. 감각적으로는 눈에 신발로 비칠 뿐.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실재는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신발의 실체는 없으며 생각[언어]의 출현으로 인식되는 작용이 있을 뿐.
'사구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내면 왜 괴롭지? (0) | 2020.02.04 |
---|---|
욕구에 기초한 사랑 vs 이성에 기초한 사랑 (0) | 2020.01.31 |
**괴로움, 두 눈 뜨고 꾸는 꿈 (0) | 2020.01.14 |
*조화로운 변화 : 폐쇄적 구조들의 상호작용 [구두의 예] (0) | 2020.01.01 |
있는 그대로, 있는 통째로 (0) | 2019.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