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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것이 이미 갖추어 있다면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겟지요. 갖고 싶은 것이 욕망의 대상이 될지니, 욕망하는 순간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계율은 그와 같이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만드는 모든 일을 경계하게 하는 지침입니다. 계율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부족한 것이지요.

마음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과 합세하여 이곳저곳으로 욕망의 대상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채워질 것처럼 헛되게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마음 밖을 향한 들뜬 심정을 가라앉게 하고, 이미 봄[春]이 만개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계율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형상에 머무는 계율을 경계합니다. 형상으로 남는 계율은 계율로 자신을 세우는 허물을 짓습니다. 그러나 봄이 이미 마음 가운데 만개한 줄을 모른다면 봄을 찾는 마음을 잘 지켜야 합니다.

삶의 완성인 법의 간탐심貪心이 없는 것을 알고[解] 그것과 상응하는 것[行]으로 보시바라밀이 완성되듯, 법의 성품에 오욕락오욕락에 의한 물듦이 원래 없는 줄 알고[解], 오욕락을 좇는 바쁜 마음을 쉬는 것[行]이 계율의 완성을 향한 수행입니다.[각주:1]

 

T1000.0 : 욕망은 相이 지어진 욕구로 욕구와 다른 것은 아니나 욕구를 의식한다는 면에서 인간에만 한정된다. 인간만이 욕망하는데 이는 가립된 我相으로 말미암아 욕망하는 나와 욕망하는 대상을 만들고 그런데 가립된 '나'이기에 실체가 없는 나는 이미 결여를 내재하니 욕망은 채워도 채워질 수가 없다. 반면 욕망은 동물들의 욕구처럼 생명활동의 본질이며 가립된 '나'가 허구의 생각임을 바로 알아 어떤 결여도, 조금의 부족도 없음을 보게된다면 욕망에 매이지 않을 것인데 이는 욕구가 없는 것도 욕구를 억압하는 것도 아니다. 계를 지킨다는 것은 이러한 경계를 넘지않아 번뇌를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어울림의 세상을 자연그대로 드러내고자 함이다.        

 

 

  1. <대승기신론> p28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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