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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렇다면 오늘날 당신에게 돈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나는 약간의 돈을 갖고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 내가 그림을 시작했을 땐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지요. 왜 그러는지는 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고 사주었으니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지요.(63)

당신은 미술 시장을 싫어하는 편인가요?

아니오. 특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그림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점에 대해선 특별히 반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건 거래상들의 일입니다. 그들은 내게서 그림을 사고, 그리고 그 뒤의 일은 그들에게 달려 있죠. 나는 약간의 돈이 있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판매가가 내가 받는 액수와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부자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내 그림들이 팔리는 가격으로 짐착하는 것만큼 부자는 아닙니다. 일의 모양새는 그렇습니다. 시스템은 그렇게 작동하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것을 싫어합니까?

아니오, 정말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64)

[돈.좋아하고 싫어함 없으니 통연히 명백]

12.
당신은 방금 사람들이 왜 당신의 작품을 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당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그것이 당신에게 상관이 있습니까. 혹은 없습니까?

사람들이 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립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66)

13.
당신은 자신의 작품이 전세계에 걸쳐서, 젊은 사람뿐 아니라 늙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열광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오. 정말로 모릅니다. 나는 확실히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내가 만일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면, 그건 단지 우연일 뿐입니다. 물론 나는 그래서 매우 행복합니다만, 그러나 나는 과연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인지 당신이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도 그것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나는 작업할때,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떤 예술가가 인정을 받을 것인지 아닌가를 알려면 당신은 매우 오랜 시간을, 어떤 경우엔 예술가가 죽은 뒤 오십 년, 혹은 백 년의 세월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예술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 혹은 그녀에게 쏟아지는 어떤 관심도 하나의 일시적인 현상, 유행일 수도 있습니다. (66)

[구조적 결정론의 이해]

14.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솔직히 난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결코 믿어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로 말하건대, 그것에 대해선 생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68)

[구조적 결정론의 이해 2]

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젊은 화가들이 당신을 모방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당신은 인정합니까?

네. 그렇구 말구요. 그런데 그게 정상입니다. 항상 그래 왔으니까요.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선배나 혹은 선조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내 생애의 어떠 시점에서 피카소는 내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요. 아마도 '영향'이란 말은 정확한 단어가 아닐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나는 피카소가 이 말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카소가 나로 하여금 어떤 것을 보도록...... 아니, 보지 않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하고 싶군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피카소를 굉장히 존경했습니다. 내게 그는 세기의 천재였습니다. 그 당시 내가 보았던 그의 모든 것이 다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요. 그것은 나를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이미 당신에게 말했듯이 로젠버그 갤러리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회를 본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하기 시작했지요. 그 무렵 내가 했던 약간의 작업들은 피카소에게서 매우 많은 영향을 받은 것들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본 모든 것들이 내게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카소 역시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와도 같았지요. 이 점이 바로 내가 영향에 대해 말할 때 생각하고 있는 바입니다. 즉 스펀지가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지요. (70)

16.
그러면 피카소말고, 그밖에 누가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나요?

십중팔구 나는 내가 본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74)

17.
피렌체에서 그의 <십자가에 못박힘>을 보았지요. 그 그림이 파괴되기 전의 일입니다. 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십자가의 못박힘>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의 하나였지요. 지금 남아 있는 뼈대만 보아도 그것이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홍수가 덮치기 전에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관한 기억이 내 속에 강하게 남아 있어서 지금의 모습도 근사해 보이는 거겠지요. 그건 가능한 일입니다. (75)

18.
그러기는커녕, 나는 다 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유명한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로선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지루한 작품들을 종종 발견하지요. <모나리자>에 대한 뒤샹의 농담(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수염을 붙여 패러디한 작품)을 나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내게 그것은 단지 지루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그처럼 유명하니 더 지루해질밖에요. (76)

[지루한 이유가 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화가의 정확한 표현에 주목]

19.
오, 천만에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히에로니무스 보쉬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 그림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연상시키는지 아닌지를 나는 모릅니다만, 학실히 당신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적어도 내겐 아무 것도 아닙니다.(77)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는 정말 모른다. 하지만 나에 대해선 확실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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