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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러나 후기 작품들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미지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늘 렘브란트의 모습인데,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정말 놀랍고 숭고해 보입니다.

[예술가의 할 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21.
푸생에 관해서 나는 그의 뛰어난 능력, 특히 두드러진 구성 감각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선 모든것이 너무 수학적인 정확함을 띠고 있는데, 회화에 관한 한 그러한 특징은 내겐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고백해야겠군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본능이란 관점에서 수학적인 정확함은 회화에서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봄]

22.
제리코에게서 인상적인 점은 모든 것에 운동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간의 몸과 말馬을 재현할 때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놀랄 만큼 운동감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운동이란 속도의 표현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전혀 그런 게 아니지요. 제리코는 운동을 핀으로 꽂듯이 인체에 고정시켰습니다. 그는 그 일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98)

[운동감을 그린다는 점이 눈에 띔]

23.
아, 네. 그런데 세잔은 인상파가 아니었지요.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반 고흐도 인상파가 아니었지요. 그가 재료를 다루는 방법은 인상파의 기법가는 꽤 거리가 멀었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그는 그림의 재료인 물감을 매우 두텁게 사용했지요. 그의 양식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회화에서 위대한 천재들 가운데 하나였지요. 내가 보기에 반 고흐는 가장 위대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리얼리티를 묘사하는 데 전혀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단순한 대상을 다룰 때조차 말입니다. 그의 방법은 리얼리즘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단순한 리얼리즘보다 훨씬 힘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리얼리티를 다시 창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나는 오로지 그의 생애 마지막 무렵에 나온 작품들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자들보다는 그것들이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이 시기의 캔버스에는 거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제들이 거의 완전히 사라져버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찌 않은 것입니다. 이 시기의 캔버스를 보면 우리는 주제들이 가까스로 스케치되었으며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나는 이 시기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이 시기를 벗어나서는 세잔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p98)

24.
하지만 당신도 아시겠지요? 우리가 인상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놀라운 일은, 그 모든 화가들에 대해 생각하자마자 그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정의를 내리는 데 신중해야 합니다. 위대한 화가는 결코 하나의 범주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화가들은 인상파이고, 다른 사람들은 표현주의자들이며, 그리고 또 다른 화가들은 입체파라고. 그러나 우리는 근본적으로 아무 말도 안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당신은 그림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어떤 양식을 단지 자기 동일시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100)

25.
그렇다면, 드가는 어떻습니까?

아, 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그의 파스텔화들입니다. 그것들은 매우 독특하죠. 특히 목욕하는 여인들이 있는 실내 그림들, 무희들보다는 누드를 좋아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가 그린 여인의 육체들은 매우 우수합니다. 그는 실제로 파스텔을 다루는 방법을 알았던 유일한 미술가입니다. 색체들 사이에 선이 드러나는 그러한 방식 말입니다. (100)

[드가의 독창성에 주목]

26.
나는 쇠라를 무척 찬미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아마도 가장 훌륭한 그림들 가운데 하나인 <아스니르의 목욕하는 사람들>이 여기 런던에 있는데, 나는 그것이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랑 팔레에 전시되었떤 작품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스케치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말련에 나온 작품들은 덜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물들을 설명하고 자신의 이론들을 적용시키려고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색채와 구성 혹은 그밖에 다른 주제들에 관한 그의 생각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의 개념들이 그의 창조력ㅇ르 봉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회화의 방법에 대한 설명들이, 그의 삶이 다할 무렵에 결국 그의 본능을 죽여버린 듯합니다. (101)

[본능을 죽여버렸다는 대목에 주목. 어떻게 그런지 생각해본다.]

27.
현재 로얄 아카데미에선 팝 아트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나는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며 전시회에 갔답니다. '거기에 무언가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 전시회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것이고, 혹시나 그것이 내게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한 자리에 모인 그 모든 그림들을 본다해도, 거기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겁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텅 비어 있지요. 완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물론 거기엔 워홀이 있고, 그는 그중에 나은 편이지만 - 다른 모든 팝 아티스트들에 비해 그가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조악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103)

[화가는 본능에 의거해 말하는 듯하다. 자신의 의식에 걸려드는, 보여지는, 산출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에 그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 물론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본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매혹되는 뭔가를 볼 때가 있다. 그런 것이 충격일 것이다.]

28.
네. 그건 사교계의 뜬소문과 같지요. 오래 지속되지 않고 모든 게 아주 빨리 지나가버립니다. 나는 아카데미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가 궁극적으로 매우 슬프고 맥빠진 것이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워홀은 이제까지 몇가지 매우 흥미로운 작업들을 해왔기 때문이죠. <전기 의자>나 혹은 특정 주제를 여러가지 색으로 변용시킨 시리즈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도 나쁘진 않았지요. 그러나 그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리얼리즘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요. 일반적으로 말하면, 워홀은 훌륭한 주제들을 갖고 있었고 그것들을 선택하는 법을 매우 잘 알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그가 하고 있던 작업이 리얼리즘, 단순한 리얼리즘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흥미로운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105)

29.
당신도 알다시피 비록 그가 팝 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지적인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성은 결코 예술을 만든 적이 없으며 그림을 만든 적도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림을 만듭니까?

그것에 대해선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에 그것이 단순히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림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겁니까? 가슴으로부터, 위장으로부터, 아니면 대장으로부터 나온단 말입니까?

그게 어디서 나오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107)

[근원적인 모름, 그림이 어디서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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