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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와 욕망

화는 왜?

T1000.0 2020. 1. 20. 12:03

같은 말을 들어도 화가 나는 사람이 있고, 화가 안 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화는 [말이 아니라] 나 때문에 나는 것이다. 그의 말에 자극받아 화가 났지만, 그의 말이 화를 나게 한 것이라는, 즉 목적인이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목적인이라는 환상]. 나의 신체는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게 '생겼다'. 나는 화가 나게 결정되어 있다[그 원인은 모르지만]. 예컨대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메밀 성분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것처럼,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메밀이 메밀인 것처럼 그의 말 역시 그것일 뿐이다. 따라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은 정신 건강이 좋은, 체질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잘 소화한다[화내지 않는다].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는 외부 원인의 관념보다 우리 신체의 관념의 표상에 더 영향받는다는 사실에서 외부 원인의 관념을 우리가 표상한대로 이해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외부 원인의 관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럴만한 사정을] 잘 몰라 쉽게 자극 받는 것이다. 무지가 화의 원인이다. 화는, 결과적으로 볼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신적 체질과 이유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화에 대한 처방은 꾸준한 체질 개선[수행]과 외부 원인에 대한 무지의 이해[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다]로 장단기 대처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의 체질과 별도로, 외부 원인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므로써 화가 과도하지 않게 제어하고 판단을 미루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경우 내 '생각을 내려놓는다'고 할 수 있다[예를 들면 어떤 음식이 싱겁다고 느낄 때, 그 음식이 나에게 싱거운 거지, 그 음식 자체가 싱거운 것은 아니므로 싱겁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 허나 내 입 맛에는 싱겁다]. 한때 나는 내가 옳다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난다고 이해했다. 생각이 다를 뿐인데 옳다는 것을 고집하는데서 화가 난다고 이해했으나 이제 더 정확하게는 화는 환상과 무지에 근거한다고 이해한다. 이런 관점에서 화는 광증이다.

화낼 일이 본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나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으며 화가 나면,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화낼 일이 본래 없는 줄 알자, 꿈에서 깬 것처럼 아무 일 없다. '눈 뜨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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