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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마음이 변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이후 새벽기도를 250일 정도 꾸준히 정진하며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슴이 저리는 아픔과 함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는 나를 보며 가끔은 삭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제가 ‘수박껍질만 보고 다 안다고 하는 안다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자꾸 수행에 꾀를 부리고 나태해지는 나를 봅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면 변하지 않고 꾸준히 수행정진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지금 욕심으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마음의 성질입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방법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예를 들면, 두 연인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을 하자고 맹세했다고 칩시다. 이것은 불가능한 맹세입니다. 왜냐하면 약속하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바뀔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맹세를 한 건 아닙니다.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는데 상황이 바뀌니까 마음도 변한 겁니다.
마음의 성질은 늘 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란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되고, 저런 상황이 되면 저렇게 되고, 금방 좋아졌다가 금방 미워졌다가 하는 것이 마음의 성질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바뀌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말에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녁에 잘 때는 ‘내일 아침에 꼭 기도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아침에 눈뜨면 기도가 하기 싫은 것이 마음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마음이란 게 본래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념처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해 보면 이랬다가 저랬다가 늘 변한다. 그러므로 마음이란 믿을 게 못 된다’
마음이 변하는 걸 자꾸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일어나는 마음에 집착을 안 해야 됩니다. 상대가 좋다가도 금방 미워지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고 미워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게 잠시 후에 또 바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좋아한다고 너무 들뜨지도 말고, 싫어한다고 너무 배척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좋고 싫고 즐겁고 괴롭고 하는 것에 대해 좀 초연히 대처해야 합니다. 좀 기분이 좋으면 어쩔 줄을 몰라하고, 좀 기분이 나쁘면 짜증 내는 게 아니라, 기분이 좋으면 ‘좋은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기분이 나쁘면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럴 때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기도를 하기로 했으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길 바라고만 있으면 안 됩니다. 그냥 기도하고 싶은 날도 기도하고, 기도하기 싫은 날도 기도하면, 결과적으로 꾸준히 하게 되어 초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 좋아질 때도 있고, 싫어질 때도 있지만, 마음이란 건 믿을 게 못 되니까 싫어질 때도 배척하지 않는 겁니다. 상대가 나한테 나쁜 말을 해도 그 순간 기분 나쁜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항상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좋고 싫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알아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관점을 고수하면, 결과적으로 옆에서 볼 때 ‘저 사람은 변치 않는구나’ 이렇게 평가가 되는 겁니다.”
<스님의 하루>
2. 신심명(信心銘)
至道無難 唯嫌揀擇 지도무난 유혐간택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但莫憎愛 洞然明白 단막증애 동연명백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3.
그러니까 바뀌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에는 영원히 살 것 같은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또 철천지원수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시는 같이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이렇게 어제 마음하고 오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그냥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보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도 나의 마음도 그냥 그대로 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하신 분은 마음이 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바뀌는 자기 마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수행한다고 결심해 놓고 안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수행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세요. (행복 전하기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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