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전투를 동반하든 안 하든 간에)이 적의 무력을 절멸시키거나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 전쟁기계는 [그런 종류의] 전쟁을 반드시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천의고원2 202) 왜냐하면 전쟁기계란 매끄러운 공간의 구성적 요소고, 그 공간의 점유며, 그 공간 안에서 자리를 바꾸는 것이고, 그에 대응하는 민중의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2. 가령 몽골인들은 10호대, 100호대 등의 편성을 통해 전쟁기계를 구성하지만, 이는 일차적으로 초원이라는 매끄러운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에서 '양산박'은 전국 각지에서 국가인의 핍박과 억압에 쫓겨 탈영토화의 선을 그리는 호걸들이 모여들어 강력한 전쟁기계를 형성하지만, 이들 또한 결코 전쟁을 목적으로 하진 않..
장인 내지 연금술사란 이 질료적 흐름을 따르는 자예요. 나무의 결, 금속의 결, 그 질료-흐름의 결을 따라 움직이고, 그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자지요. 나름의 흐름-결을 거스르는 대패질은 힘만 들고 대패날만 깨먹을 뿐입니다. 바라는 표면을 만들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무쇠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 흐름을 따라가야 하지요. 아마도 접근하는 시각은 다르지만, 엘리아데가 야금술사 내지 연금술사를 '자연활동을 가속화하는 자'라고 부르며 일종의 '산파'에 비유했을 때, 그 역시 야금술사의 활동이 흐름을 따르며 그것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하는 관념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야금술사란 대지의 비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 그 비밀을 소통시카는 자요, 기계적인 변형, 물질적인 변형의 비밀을 알려주는 ..
1. 저자들은, 그들은 이 배치에서 저 배치로 옮겨다니는 박쥐가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유목민의 전쟁기계와도, 국가인의 국가장치와도 구별되는 고유한 배치를 갖고 있으며, 유목민의 매끄러운 공간과 국가장치의 홈 패인 공간 어느 것과도 다른 고유한 자신의 공간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구멍 뚫린 공간, 많은 구멍이 있는 '다공공간'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국가장치에 속해서 일하다가 유목민에게 옳겨가기도 하고 그 반대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고유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야금술사를 '이주민'이라고 부릅니다. 앞서 유목이 '이동'이나 '이주'가 아니란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이주하는 자, 국가장치에서 유목민의 세계로, 혹은 그 반대로 이주하는 이주민, 혹은 광산이나..
스피노자는 이런 식의 협소한 자연 개념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신마저도 자연과 구별되는 영역을 갖지 않는다고 말하지요. 오직 하나의 자연이 있을 뿐이고, 새나 집-기계, 기병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 안에서 존재하는 양태들일 뿐이지요. 저자들이 사용하는 '기계'란 개념은 사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양태란 개념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연이란, 달리 말하면 모든 기계들의 집합, 혹은 모든 기계들의 추상적 집합이란 의미에서 '기계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모든 것이 자연이며 자연 안에 있다는 스피노자의 명제를 '자연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기계며 접속의 양상에 따라 다른 기계가 된다고 하는 이 책의 명제를 '기계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이 경우 스피노자의 '자연주의..
1. 정의 3. 나는 실체란 자신 안에 있으며 자신에 의하여 생각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즉 실체는 그것의 개념을 형성하기 위하여 다른 것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정의 4. 나는 양태를 실체의 변용으로, 또는 다른 것 안에 있으면서 다른 것에 의하여 생각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정의 5. 나는 신을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 즉 모든 것이 각각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한 속성으로 이루어진 실체로 이해한다. 2. 정의 3 부록. 실체처럼 행동하기. "그것의 개념을 형성하기 위하여 다른 것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은 내재적 사고. 실체처럼 행동하기, 내재적 사고, 곧 실체가 되는 것. 1)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
"전사의 근본적인 무규율, 위계제에 대한 문제제기, 떠나겠다거나 배반하겠다는 영구적인 공갈, 명예에 대한 매우 변덕스로운 감각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이 모든 것들은 다시 한번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천의 고원2 140) 에 나오는 전사들은 이런 무규율과 "떠나버린다"는 공갈, 명예에 대한 기이한 감각을 가진 적절한 사례를 제공합니다. ..동양 사람들이 많이 읽는 가 국가인 관점에서 씌여진 전형적인 '국가적' 소설이라면, 는 정반대로 전쟁기계의 관점에서 씌여진 전사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아주 극명하게 대립됩니다. 장비 같은 전사의 힘과 무규율성은 왕족의 씨를 받은 유비 안에서 국가적 충성으로 변형되고, 관우라는 전사는 아예 올곧은 충성심을 갖는 선비의 이미지 안에 포획 당했으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유비..
3. 바둑판과 바둑알의 관계를 보면서 바둑'판'은 일관성의 구도, 무분별의 판으로, 매끄러운 공간으로. 바둑'알'은 공성, 무자성, 연기적 관계에 의존하는 기계 또는 기관 없는 신체로. 또하나 전쟁기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둑알이 전쟁기계의 배치로 배치됨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전쟁기계는 배치이며, 욕망의 배치. 전쟁기계가 영토화와 탈영토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요점에서 '촛불 혁명'을 이룩한 민주화 세력은 바로 전쟁기계의 본보기.(T1000.0) 1. 바둑알은 그 자체만으로는 무의미하고 무규정적인 어떤 것입니다. 말 그대로 '그것'-프로이트의 '그것(das Es)'처럼 쾌락원칙도, 성적 욕망도 없는 순수한 '그것'- 일 뿐입니다. 그것은 오직 다른 알과 결합됨으로써만 특정한 기능을, 아니 모든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