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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순간들은 무상한 변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무상이란 두찰나를 이어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순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찰나마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삶입니다. 삶은 연속되지 않는 단 한 순간의 삶입니다. 사는 주체가 삶의 변화를 타고서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상한 한 순간이 삶의 전존재를 드러내는 한 순간입니다. 또한 순간마다의 다름이 앎이 되므로 앎만이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며, 순간이 존재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므로 시간을 이어가면서 완성되어가는 삶도 없습니다. 앎의 한 순간들이 그 자체로 온전한 삶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와 앎 또한 인연의 순간들이 만들어 내는 것과 같으므로 삶을 관통하면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변하거나 아는 것일 수도 없습니다.
삶은 찰나마다 온전히 다르면서 앎으로 전존재성을 다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연의 변화가 만들어 낸 앎이면서 앎으로 인연을 다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앎이 되고, 앎이 되어야 인연이 이루어지기에, 앎과 변화가 삶을 관통하는 근본이 됩니다.
삶을 순간마다 다르게 드러내게 하는 동력인 무상한 인연은 마치 변하려는 의지와 같으니, 변하지 않는 것을 취해 삶을 보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안다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앎이 마치 변화 밖에서 변화를 아는 것과 같으므로, 움직이지 않는 앎의 속성과 계합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1
오직 앎뿐이라는 것은 인연과 내가 하나이므로 앎으로 표현된 것이고 만일 인연과 내가 분리된다면 인연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지도 않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인연과 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앎만이 있다. 볼때는 '봄'만이 있다.
- 정화스님 <육조단경> p23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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