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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감정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정리 15. 모든 사물은 우연에 의해서 기쁨이나 슬픔, 또는 욕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증명: 정신이 동시에 두 감정에 의하여, 즉 하나는 정신의 활동능력을 증대시키지도 감소시키지도 않는 것, 다른 하나는 그것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에 의하여 자극받아 변화된다고 가정해보자(요청 1 참조). 정리 14에 의해 다음의 사실이 명백하다. 즉, 정신이 나중에 (가정에 의하여) 그 자체로서는 정신의 사유능력을 증대시키지도 감소시키지도 않는 첫 번째 감정에 자극받아 변화될 때, 정신은 즉시 자기의 사유능력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두 번째 감정에도, 즉 (정리 11의 주석에 의하여) 기쁨 또는 슬픔에도 자극받아 변화될 것이다. 따라서 첫 번째의 그 사물은 그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서 기쁨 또는 슬픔의 원인이 될 것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그러한 것이 우연에 의하여 욕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밝힐 수 있다. Q.E.D

계: 우리는 어떤 것을 기쁨 또는 슬픔의 감정을 가지고 고찰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것 자체가 그러한 감정의 작용원인이 아닌데도 그 어떤 것을 사랑하거나 증오할 수 있다.

증명: 오로지 이 사실에 의하여 (정리 14에 의해) 정신은 나중에 이 사물을 표상할 때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으로 자극받아 변화된다. 즉 (정리 11의 주석에 의해) 정신과 신체의 능력이 증대되거나 감소되는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정리 12에 의해) 정신은 그 사물을 표상하기를 바라거나 또는 (정리 13의 계의 의해) 싫어하게 된다. 즉 (정리 13의 주석에 의하여) 정신은 그 사물을 사랑하거나 또는 증오하게 된다.Q.E.D

주석: 이것에 의하여 우리는 우리에게 알려진 아무런 원인이 없는데도 이른바 공감이나 반감에 의하여 우리가 어떤 것을 사랑하거나 증오하는 일이 어떻게 하여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한다. 우리를 보통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으로 자극하여 변화시키는 대상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기쁨이나 슬픔으로 자극하여 변화시키는 대상도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해야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정리 16에서 밝힐 것이다. 공감이나 반감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채택한 작가들이 이것들로써 사물의 어떤 숨겨진 성질을 나타내려고 했던 것을 나도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말들로써 잘 알려져 있거나 명백한 성질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T1000.0 : 갓 태어난 아기가 A사의 분유를 처음으로 입에 대면 아기는 A사의 분유만을 좋아하고 다른 분유는 싫어한다고 한다. 이때 A사의 분유는 기쁨의 원인이 되고 그 분유만을 욕망하는데 A사의 분유를 처음 입에 댄 우연에 의해 기쁨[A사 분유에 대한]과 욕망[A사 분유를] 그리고 슬픔[다른 분유는 싫어하는]의 원인이 되었다. 기뻐하고 슬퍼하는 원인이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연한 마주침, 우연한 배치 속에서의 만남, 인연에 의해 지어지는 것이다. 이 인연은 또 우연에 의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것의 인연으로 연결돼 기쁨이나 슬픔, 욕망의 원인이 되어간다. 이렇게 우연히 원인들의 연쇄하면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원인이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쌓여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된다[五蘊皆空]. 즉 우연한 인연의 연쇄가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의 자유로운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어떤 사물이나 일이 기쁘게 한다거나 슬프게 한다거나 욕망하게 한다는 것은 나의 지나온 역사, 지어온 업業에 다름 아니므로 기뻐하려 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려는 탐심貪心과 진심嗔心을 계속 이어가면 업을 계속 짓는 것이고, 반면에 업을 있는 그대로 업임을 바로 보고 탐심이나 진심을 붙잡지 않고 지금 당면한 인연을 따라 기쁨과 슬픔을 떠나 행하다면 업을 잇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 행동의 바탕이 탐심과 진심과는 관계하지 않는, 즉 그 마음을 떠나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應無所住 以生其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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