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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정체성을 가르치고 강요하는 동일성의 사유는 이 모든 차이가 최소화되고 사라지도록 억누르고 억압한다. 반면 무상과 차이를 본다면 '남성'이란 동일성 안에 수많은 차이가 숨어 있음을 보고, 그것들에 따라 동일한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는 것이다. 차이의 철학은 그런 차이화에 대해 억지로 막지 않고 열어둘 것을 요구한다. 그런 차이화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성을 긍정하는 것이고, 동일성에 가두려는 권력에 대항하고, 차이를 긍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동일성이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무상한 차이가 부지중에 지워지고 잊히기에 더욱더 챙기고 유심히 새겨두어야 한다.
필연적 무지에 의해 구성되는 피할 수 없는 허구의 세계, 업종자와 명언종자에 의해 구성되는 이 동일성의 세계에 대해 그것이 꿈과 같은 환영이고 물거품 같은 것임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한탄으로, 하염없는 '허무'의 색으로 현실을 채색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반대로 무상한 차이화를 놓치고, 모든 것의 '근저'에 있는 끊임없는 차이의 힘을, 변화와 생성이 만드는 열린 세계를 가리는 동일성의 환영이 무지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차이가 긍정되는 그런 세계로 들어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상의 실상을 놓치고 있음을 지적하는 '인식론적' 관심보다는 동일화하려는 의지의 다른 이름인 애착과 집착으로부터 각자의 삶을 벗어나게 하려는 '윤리학적' 관심에 따른 것이다.
<불교를 철학하다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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