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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포생물이 작업에 참여하는 신경계란 그물처럼 서로 얽힌 여러순환관계들로 된 기제이며 유기체가 조직을 보존하는 데 본질적인 내부 상태들을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이렇게 볼 때 신경계는 작업적 폐쇄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경계란 활동적 구성요소들의 그물체이며 이 구성요소들 사이의 흥분관계에 생기는 변화는 언제나 이것들 사이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온다. 그 가운데 몇몇 관계들을 끊임없는 섭동 속에서 (그 관계들 자체의 역동성과 유기체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변함없이 유지하는 일이 바로 신경계가 하는 일이다. 따라서 신경계는 구성요소들의 흥분관계가 맞물려 변화하는 닫힌 그물체로서 작업한다.
팔 한 곳에 아주 센 압력을 느낄 때 우리는 관찰자로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아, 이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내가 팔을 끌어당기게 되는 것이구나!" 하지만 그때 작업하는 신경계 자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일어나는 일이란 (잠수함 속 조종사의 경우와 비슷하게) 다음과 같을 뿐이다. 곧 감각요소와 운동요소 사이의 특정 관계가 잠깐 바깥 압력의 섭동을 받다가 다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경우에는 유지된 내부 관계가 비교적 간단하다. 곧 감각적 흥분과 근육긴장 사이의 평형이 유지되었다.
신경계의 나머지 흥분상태를 고려할 때 근육긴장의 평형이 일일이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일반적 원칙을 말할 수는 있다. 곧 행동이란 유기체 안의 관계들이 춤추듯 변하는 것을 밖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뉴런들의 응집성이 매순간 실현되는 정확한 기제를 밝히는 것이 바로 연구자가 할 일이다.
이제까지 말한 것들에 비추어 볼 때 신경계의 작업방식은 신경계가 자율적 개체에 통합된 구성요소라는 사실과 완전히 조화함을 알 수 있다. 이 개체의 한 흥분상태는 언제나 또 다른 흥분상태로 이어지는데, 왜냐하면 이 개체의 작업방식도 순환성, 곧 작업적 폐쇄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경계의 구성양식은 생물의 자율성을 정의하는 작업적 폐쇄성과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생물의 자율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이제 인식활동의 모든 과정들이 어째서 유기체라는 개체에, 또 신경계의 작업적 폐쇄성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지가 차츰 뚜렷해지고 있다. 유기체의 인식활동이란 유기체가 살아가는 구조접속의 영역 안에서 감각작용적 상관관계로서 일어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앎의 나무 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