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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는 뉴런들의 상호작용이 (예컨대 운동뉴런과 감각근섬유의 상호작용이) 이루는 다양한 내적 순환관계를 바탕으로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엄청난 활동은 (유기체에 대해 독립적인) 섭동작용이 감각부위에 유발하는 변화들(예컨대 피부에 가해진 압력)을 통해 간섭받고 변조된다. 관찰자인 우리는 가장 쉽게 살필 수 있는 바깥의 섭동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이런 바깥의 섭동작용이란 앞에서 지적했듯이 내부의 감각운동적 상관관계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변조할 뿐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므로 시각체계의 예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흔히 사람들은 시각을 망막에 맺힌 상의 모사 또는 표상이 신경계 안에서 변환되는 작업과정으로 이행한다. 이것은 시각현상에 대한 표상주의적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방식은 다음의 사실을 생각해 보면 곧 의심스러워진다. 시상의 외측슬상체를 거쳐 시각피질에 투사되는 망막 뉴런 하나씩에 대해 (뇌피질을 포함해) 신경계의 다른 부분들에서 온 수 백 개의 뉴런들이 외측슬상체에 투사된다. 요컨대 외측슬상체란 망막이 뇌피질에 투사되는 것을 그저 중계하는 곳이 아니다. 여기로 모여드는 다른 많은 신경섬유들이 뇌피질로 전달될 것에 대해 여러가지 간섭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앞의 그림에서 또렷이 볼 수 있듯이 외측슬상체에 영향을 주는 구조물들의 하나는 바로 외측슬상체의 세포들이 투사되는 시각피질 자체다. 다시 말해 이 두 구조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뒤얽혀 있는 것이지, 그저 직선적인 선후의 관계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신경계의 구조가 분명해짐에 따라 (물론 신경계의 흥분복합이 매순간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일일이 살필 수 없는 경우가 아직도 수두룩하지만) 우리는 망막에 맺힌 상이 마치 수화기에 연결된 전화선처럼 작용한다고 볼 수 없음을 잘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오히려 여러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일 때 한마디(섭동)가 여러 마디에 더해지는 것(한군데로 모인 모든 투사작용들 사이의 내적 흥분관계)과도 같다. 이때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마지막 합의는 식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놓은 것 자체와는 다르다. (앎의 나무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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