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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험에서 항상 100점을 맞던 아이는 한 문제만 틀려도 어쩔 줄 몰라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면 그때 0점 맞고 100점 맞는 게 별것 아닙니다. 90점이면 어떻고 100점이면 어떻습니까? 그 때 1등을 했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때 2등을 했다고 거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순간 성적에 집착하고 등수에 집착하면 굉장히 큰일이 되고 맙니다.
이처럼 아무리 작은 문제라고 거기에 집착하면 큰일이 되고 아무리 큰일이라도 집착하지 않으면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이 나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괴로울 때 '내가 이 일에 집착하고 있으며 집착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있구나'하고 자각한다면 곧 놓아 버리게 됩니다. 마치 쥐가 쥐약인 줄 알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날마다 웃는 날 122)
2.
그러면 또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놓습니까?"
"그냥 놓습니다."
이게 전통적인 불교의 해답입니다. 예컨대 이 컵이 아주 뜨겁다고 합시다. 그럼 이 컴을 쥔 사람은 "앗, 뜨거워"하고 그냥 놓아 버립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걸 어떻게 놓았습니까?" 하고 물으면 "뜨거워서 그냥 놨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뜨겁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놓아야 할지를 묻는다면 놓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놓기 싫어서 놓지 않는 것입니다. 뜨거운 게 싫으면 놓으면 되는데 컵에 욕심이 생겨서 안 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지고 싶다면 손을 데는 과보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컵에 욕심이 있어 뜨거운 것을 놓기 싫다는 사람에게 다른 손으로 옮겨 보라고 하면 아주 좋아합니다. 왜 처음부터 그런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손으로 옮기더라도 곧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은 안전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은 이 방법을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뜨거운 것도 들 만하고 컵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는 방하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놓으라는 뜻입니다. 괴롭다면 그냥 놓는 것입니다. 뜨거운 줄 알면 그냥 놓듯이 거기에 어떤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날마다 웃는 날 123)
3. T 1000.0
뜨거운 컵을 카드빚이라고 생각해보면 카드빚 때문에 괴로운 사람에게 다른 카드론을 대출해 갚는 방법을, 즉 다른 손으로 옮겨보라고 하면 좋아한다. 하지만 다른 손으로 옮기더라도 곧 뜨거워진다. 방법은 카드를 안쓰는 것이다. 그냥 놓는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여전히 들고 있다면 아직 뜨거운 맛을 보지 않았거나 들만하거나, 근본적으로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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