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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윤리학>

이성

T1000.0 2012. 11. 28. 13:56

제2부 정신의 본성 및 기원에 대하여

 

정리 44. 사물을 우연히 아니라 필연으로 고찰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

증명: 사물을 정확히 지각하는 것(정리 41에 의해), 즉 (제1부 공리 6에 의해)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 다시말해서 (제1부 정리 29에 의해) 사물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Q.E.D

계 1: 이것으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이러한다. 즉 우리가 사물을, 과거 및 미래에 관해서, 우연으로 고찰하는 것은 오로지 표상력에만 의존한다. 

 

T1000.0 : 스피노자의 이성은 '있는 그대로 보기'이다. 지관止觀, 정견正見이 이성의 본성이며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을 필연적으로 고찰한다는 것. 예를 하나 들면, 자기가 원해서 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연적으로 그 직장을 선택했을 것인데, 그가 그 직장에 다니면서 받게 될 돈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고 이것 저것 따져 필연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만일 그 일을 싫어하고 받게 될 돈도 욕망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그 직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의 본성은 필연적으로 고찰한다는 것. 지금의 상황은 모두다 내가 지은 인연의 결과다, 마음하나 일어날때마다 인연의 총상이라는 필연적 고찰.

 

주석: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우리는 앞에서 (정리 17과 그것의 계) 정신은 사물의 현재적 존재를 배제하는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설사 사물이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항상 그 사물에 자기에게 현재적인 것으로서 표상한다는 것을 밝혔다. 다음으로 (정리 18에 의해) 만일 인간의 신체가 한 때 외부의 두 물체로부터 동시에 자극받았다면, 정신은 나중에 그중의 하나를 표상할 때 곧바로 다른 것도 상기할 것이라는 것, 즉 두 물체의 현재적 존재를 배제하는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두 물체를 자기에게 현재적인 것으로서 고찰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밝혔다.

게다가 우리는 시간조차도 표상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비하여 보다 느리게, 또는 보다 빠르게, 혹은 같은 속도로 운동한다고 표상함으로써 시간을 표상한다. 그러면 어제 한 아이가 아침에 처음으로 베드로를 보고, 한낮에는 바울을, 저녁에는 시몬을 보고, 그리고 오늘 또 아침에 베드로를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정리 18에 의해 명백한 것처럼 그는 아침 햇살을 보자마자 즉시 태양이 전날과 같은 괘도를 지나가는 것을 표상할 것이다. 즉 그는 하루 전체를 표상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침과 함께 베드로를, 한낮과 함께 바울을, 저녁과 함께 시몬을 표상할 것이다. 즉 그는 바울과 시몬의 존재를 미래의 시간에 관련시켜 표상할 것이다. 반대로, 만일 그가 저녁에 시몬을 본다면, 그는 바울과 베드로를 과거의 시간과 함께 표상함으로써 그들을 과거의 시간에 관련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표상연합은 그가 이 사람들을 이와 같은 순서로 보다 자주 보면 볼수록 더욱더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날 저녁 그가 시몬 대신에 야곱을 보는 일이 언제인가 일어난다면, 다음 날 아침 그는 저녁 시간과 함께, 시몬을 표상할 때도 있고, 야곱을 표상할 때도 있겠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표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저녁 시간에 두 사람 중 하나만을 보았고, 둘을 동시에 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그의 표상은 동요할 것이고 그는 미래의 저녁 시간과 함께 어떤 때는 이 사람을, 다른 때에는 저 사람을 표상할 것이다. 즉 그는 둘 중의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둘 다 우연히 나타날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표상의 동요는, 표상이 우리가 동일한 방식으로 과거 또는 현재에 관하여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것일 때에는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사물을 현재에 관해서든 과거 또는 미래에 관해서든 우연적인 것으로 표상할 것이다.

계2: 사물을 어떤 영원의 상(相)아래에 지각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

증명: 사물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고찰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앞의 정리에 의해). 그리고 이성은 사물의 이 필연성을 (정리 41에 의해) 정확히, 즉 (제1부 공리 6에 의해)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각한다. 그런데 (제1부 정리 16에 의해) 사물의 이 필연성은 신의 영원한 본성의 필연성 자체이다. 그러므로 사물을 이 영원의 상 아래에 고찰하는 것이 이성의 본성에 속한다. 게다가 이성의 기초는 개념들이며(정리 38에 의해), 이 개념들은 모든 사물에 공통적인 것들을 설명하고, (정리 37에 의해) 그 어떤 개물의 본질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개념들은 시간과는 전혀 관계없이 어떤 영원의 상 아래에서 파악되지 않으면 안된다.    

 

T1000.0 : 시간조차 표상한다는 것의 이치는 드라마 주인공 이미지와 동일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가 악역으로 나와 표상하게 되면 드라마 밖에서도 그가 나쁜 사람의 인상을 갖고 있게 되는 것이다. 깡패로 나오는 배우를 실제로 무서워하는 것인데 이는 정치판에서도 역이용되는 것 같다. 좋은 이미지 또는 나쁜 이미지를 사실과 관계없이 상을 만들어 여론을 조장하고 선거에서 표를 얻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철인데 표상에 의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판단해 선거를 하려 한다면 편견을 버리고 후보와 후보의 활동에 대해 알려고 하는 관심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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