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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뭔지에 대해서 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을 내세우는 사람을 보면, 그걸 딱 움켜쥐고 고집을 부립니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고 좋게 말하면 줏대가 있는 거죠. 주관이 뚜렷하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러면 사실은 인생의 주인이 못 됩니다. 늘 경계에 흔들리고 희로애락에 붙들려 살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놔 버려야 합니다. 자기생각을 놔 버리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농사꾼이 농사를 짓는데 자기 생각을 앞세운다고 합시다. '내일 윗 논에 농약 쳐야겠다.' 이렇게 먼저 자기 할 일을 정해요. 그래서 저녁에 내일 아침 농약 칠 준비를 다 해놓습니다. 농약 칠 때 비 오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비 오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보다 힘센 부처님께 부탁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잠자기 전에 '부처님, 부처님. 내일 제가 농약 치려고 하니까 비 안 오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나가 비가 부슬부슬 옵니다. 그러면 한다는 소리가 "부처 믿어도 소용 없네. 날씨가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 아니, 내가 농약 좀 치겠다는데 내내 맑다가 왜 오늘 따라 비가 오나?" 이렇게 불평합니다. 결국 이 농부는 성질 나니까 그냥 자포자기해서 술 한 잔 마시고 잤습니다.
저녁때쯤 일어나니 생각이 바뀝니다. '어짜피 오는 비를 어떡하겠나? 오려면 계속 와 버려라. 그러면 내일 아침에 고추 모종 옮겨 심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정합니다. 고추 모종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내일 비가 계속 와야 합니다. 그래 '부처님, 오는 비 계속 오게 하십시오. 괜찮습니다.' 이렇게 빌고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나까 날씨가 쨍쨍 갰어요. 이제 성질이 팍 나 버립니다.
도대체 이 놈의 날씨가 청개구린가? 이래라 하면 저러고, 저래라 하면 이러고, 왜 이러나? 나하고 도대체 무슨 원수가 졌나? 이러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 먹나? 날씨마저도 나를 이렇게 괴롭히니 어떻게 농사를 짓나? 아무리 사람이 참고 지으려 해도 속이 타 못 짓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게 우리 인생입니다. 애 때문에 못살겠다.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직장 때문에 못살겠다. 공장을 증설했더니 IMF가 터져서 못살겠다,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이나 환경 탓만 합니다.
어떤 게 자유로워지는 길이냐? 저녁때면 그냥 잡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잡니다. 잘 때는 잠만 잡니다. 실컷 자고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맑겠다 싶으면 '날씨 맑으면 뭐 하지? 응, 그래, 윗논에 농약 쳐야겠다.' 하면서 농약 칠 준비를 하고, 가랑비가 보슬보슬 오면 '오늘 고추 모종 내면 딱 맞겠다. 아래 밭에 고추 모종 내야겠다.' 하면서 아래 밭으로 갑니다. 비가 당대같이 쏟아지면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오겠네. 아이고, 요새 며칠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오늘은 막걸리나 한 잔 마시 잠이나 자야겠다.' 이럽니다.
비가 오든 말든, 흐리든 맑든 도무지 자기 소견을 내세우지 않으면 자유로워집니다. 이게 대자유, 대해탈입니다. 여러분들은 내 생각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는 게 자유와 해탈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합니다. 정신 나간 짓입니다. 그건 반쪽 자유입니다. 그건 범부 중생의 자유입니다. 그러면 늘 발목에 걸려서 넘어지죠.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면 남편하고 이혼하는 과보가 따를 수도 있습니다. 집이 날아가는 과보도 있을 수 있겠지요. 부처님은 있는 왕위도 버리고 있는 마누라도 버리고 있는 자식도 버렸는데 그게 뭐 별 겁니까? 하고 싶으면 그런 과보를 기꺼이 받으세요. 그런 과보가 싫으면 무슨 상관입니까? 직장 다니면 되지. 어차피 절에 와도 애들 가르치고, 학교 가도 아이들 가르칠 거고, 그냥 하면 됩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입니까?
<답답하면 물으라.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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