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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이란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가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깨달음조차 무상無常이며 그곳에 생명이 안주하지 않는다는[無住]데서 보면, 늘 '새롭게 살기'일 뿐입니다. 그것이 정진이면서 깨달음이 되지요. 새롭게 되기 위한 새로움이 아니라 항상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는 그것이 늘 새로운 생명의 활동입니다.

그것은 형상을 만들면서 형상을 넘어서고 언어로 표현되면서 언어로 걸리지 않는 것이지만, 무엇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상과 언어를 넘어서지만 형상과 언어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생명의 활발한 인연이 어떤 형상에도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며, 언어표현으로 생명의 '새롭게 되기'를 다 나타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생명이란 끊임없이 '새롭게 되기'를 욕망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탐욕이나 성냄이 형상과 언어에 결부된 '나'의 욕망이라고 한다면, 생명의 욕망은 그와 같은 나를 벗어나 늘 새롭게 되는 '나'입니다. '무상하기''무주하기'가 새롭게 된 나로서 무아無我입니다.

그러므로 정진이란 '무아無我 되기'이며 '무상無常, 무주無住로 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로 살기'와 '항상 나로 있기'와 '편안히 머물러 살고자 했던 일'들이 생명의 활동에서 보면 아무런 이익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렇게 살 수도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난 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쌓았던 모든 일들이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기는 커녕 이런 저런 불만족과 아픔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 같은 삶의 방향을 무아의 실천으로 바꾸는 것입니다.[각주:1]

 

T1000.0 : 생명이 끊임없이 '새롭게 되기'를 욕망하는 것은 무상한 변화속에서 끊임없이 중도를 찾는 것이라 하겠다. 때문에 끊임없는 중도, 중도의 반복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될 수 없으며 차이의 반복일 수 밖에 없다. 고로 차이의 반복인 중도 역시 무상이다. 중도는 무상이다. 그렇다면 이 끊임없는 차이의 반복인 무상과 중도에 수순하는 '나'란, 무한히 많은 '나', 즉 n개의 '나'이다. 그런데 차이의 반복인 n개의 '나'가, 확장된 나가 온전히 되기위해선 n개에서 동일자를 뺀  n-1인 나, 즉 '나없음'의 무아無我가 되어야만 한다. 요컨대 '무아되기'만이 변화무쌍한 중도와 무상에 수순한다.

그러므로 정진, 늘 새롭게 살기는 늘 '무아되기'이다. 무아를 생각하는 것,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말맘의 무아되기'가 되어야 한다. 수행은 바로 '무아되기'이며 '무아되기'는 반야바라밀이다.    

 

 

그렇기에 '좋은 일[善事]'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정진을 삼으라고 하였습니다. 좋은 일이란 나의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인연의 삶을 사는 것으로 나의 것ㅇ르 비우는 것이지요. 형상으로 잡았든 생각으로 잡았든 그것이 잡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상이나 생각에 머물고자 하는 것은 만족할 수 없는 삶을 만듭니다. 과거 무한한 세월 동안 반복한 일들입니다. 결코 생명의 인연에 따른 삶의 방식이 아니며, 그렇기에 갖가지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살펴 알고 생명의 흐름과 하나 되어 살고자 하는 뜻을 견고하게 갖고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이 정진精進입니다. 나와 나의 것에 머물어 있는 순간에도 생명의 인연은 무상으로 새롭게 생명의 형상과 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인연에 깨어 있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때 함께 이루고 있는 인연의 생명 나눔이 공덕의 완성이 되니, 자신과 이웃 모두에게 이익이며,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므로 불만족할 이유도 없겠지요.[각주:2]

 

 

 

  1. <대승기신론2> p360 [본문으로]
  2. 같은 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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