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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이 있는 수행자라면 인연의 차이들이 앎으로 드러난 것이며, 앎이 인연을 결정하면서 다시 새로운 앎이 드러나도록 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것도 인연을 떠나서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보고 아는 것이지요. 인연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 어리석음이며 무명이라면, 인연을 알고 차별하는 망념의 습관까지를 완전히 끊은 것이 깨달음입니다. 수행은 마음을 고요히 하여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인연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인연을 기억하고 인연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정념이며, 무상과 무아의 삶을 살 수 있는 바탕입니다.
수행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편이면서 동시에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학습된 앎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몸으로 익혀 가는 것이 방편이라면, 익혀진 방편에 의해서 허망한 차별을 버린 만큼이 실천된 깨달음입니다. 학습된 수행 내용과 실천 방법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면서 실천하려는 의지가 굳다면 선근이 많은 것이며, 학습된 내용을 잊어버리고 옛 습관을 따른다거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면 선근이 적거나 없는 것입니다. 1
T 1000.0 : 인연의 흐름은 무상한 흐름이고 무상無常은 차이의 반복이다. 차이의 반복은 반복되는 하나하나가 차이를 만들기에 동일한 것이 없으며 동일한 것으로 기준 삼을 것이 없으니 차이마다 완전하다. 더 보탤 것도 없고 더 뺄 것도 없는 완전한 것들의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실재성과 완전성을 동일하다.' 실재하는 모든 것이 완전한 것이어서 그자체로 空하다. 실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空을 완전함으로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것들이 인연을 따라 무상한 차이의 반복을 이뤄내고 있다. 좋고 나쁨은 인간의 영역에서만 한정될 뿐이며 부정한 것과 깨끗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에 실체가 없다. 허상이다. 어떤 것이 인간의 몸에 나쁘다면 인연이 맞지 않음을 나타낼 뿐이고 또 몸의 배치가 바뀐다면 나쁜 인연도 좋은 인연으로 언제든 바뀐다. 空하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모든 것이 인연의 흐름이며 모든 인연의 흐름은 공하다. 이와 같은 인연의 각성을 통해 생명 활동 자체가 나눔의 인연이 되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룸을 알아 그 아는 바대로 실천하는 것이 수행이므로 수행에 승속이 따로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독인 줄 알면 독을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독을 독인 줄 제대로 모르니 먹는 것일지니.
- <대승기신론2> P39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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