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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마치 '사실'이나 물체가 저기 바깥에 있어서 그것을 그냥 가져다 머리에 넣으면 되는 것처럼 인식현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늘 새겨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려는 모든 것의 근본이다.
어떤 물체가 '저기 바깥에'있다는 경험은 인간의 구조에 의해 특수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런 뜻에서 인간의 구조는 기술(Beschreibung)활동을 통해서 생겨나는 '물체'의 가능조건이다.

2. 일체유심조의 이해

이러한 순환성, 행위와 경험의 뒤얽힘, 한편으로 우리의 존재방식과 다른 한편으로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방식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 이것들은 다시 말해 인식활동이 세계를 산출함을 뜻한다. 인식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우리의 문제이자 출발점이며 탐구의 길잡이이다. 이 모든 것을 다음의 경구로 간추릴 수 있겠다.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

3.

독자들은 행위와 경험의 연관관계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그저 환경에만, 다시 말해 물리적 세계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기 바란다. 인간 행위의 이런 특징은 우리 삶의 모든 차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다시 말해 독자들과 지은이들이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에도 해당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언어 안에 있다. 언어 안에서 특별한 형태의 이야기인 가싱의 대화를 나누며 움직이고 있다. 모든 성찰은, 따라서 인식의 기초에 관한 성찰도 언제나 언어 안에서 일어난다. 언어는 인간 존재와 행위의 특수한 형태다. 때문에 언어는 우리의 출발점이자 인식 도구이자 문제이기도 하다.


4.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행위와 경험의 순환성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것의 중요성과 근본적인 의미를 차차 깨닫게 될 것이다. 우선은 이 점을 잊지 않도록 다시 경구로 간추리고자 한다. 책 전체에 걸쳐 이 경구를 늘 마음속에 새겨두길 바란다. 말한 것은 모두 어느 누가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한 세계를 산출하는 성찰 자체는 언제나 어느 한 개인이 어느 한 장소에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앎의 나무 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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