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칭기스칸이 사람들을 조직하는 방식은 확실히 다릅니다. 10개의 가족을 묶어서 10호대를 만들고, 각각의 10호대에 번호를 붙입니다. 10호대 10개를 묶어서 100호대를 만들고, 또 각각의 100호대마다 번호를 부여합니다. 마찬가지로 1000호대가 구성됩니다. 물론 묶이는 최소단위가 가족이기 때문에 혈통과 무관하진 않지만, 그것은 최초의 단위에서만 그렇고 가족들 간의 관계는 이렇게 번호를 따라 묶이면서 수적 조직의 체제로 재구성되는 거지요. 각각의 10호대에는 그것을 이끄는 지휘자가 10호장으로 선임되고, 100호대와 100호대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루쎄에 따르면 1000호장 이상은 모두 '귀족'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유목이라는 삶의 방식과 긴밀히 결부된 조직방식입니다. 유목을 하니 영토적인 방식..
하나는 국가를 탈취하고 점유하며 변형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를 파괴하려는 것입니다. "혁명이 국가의 변형과 관련되는 한 그것은 서양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파괴, 국가의 폐지를 꿈꾸는 한 그것은 동양적이다."(천의고원2 171) 여기서 '동양적'이라는 건 중국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목적인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국가장치를 탈취하고 변형시키려는 자로서의 프롤레타리아트와 , 그것을 파괴하려는 자로서의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이중적인 존재가 19세기에 명료하게 출현 했을 때, 전자가 유럽적인 전통에 충실했다면, 후자는 유목민의 계승자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셈이지요. (노마디즘2 390)
정착민의 사육은 동물로부터 속도를 뺏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쟁기를 끄는 수단이든, 이동을 위한 수단이든, 정착민에게는 통제하기 힘든 속도는 필요없습니다. 반면 유목민들의 사육은 전혀 달라요. 속도를 빼앗는 정착적인 길들임이 아니라, 본래의 그 속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의 신체와 동물의 신체가 함께 움직이도록 사육해야 합니다. 말을 사육하면서 말의 속도를 뺏거나 감소싴니다면, 혹은 그런 식으로 온순화시킨다면, 그 말은 '쓸모없는' 동물이 되고 말 겁니다. 반대로 더욱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말과, 그 말과 함께 공동의 리듬을 형성하면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자기를 동시에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목민의 '사육'은 유목민 자신의 '사육'을 포함합니다. 여기서 유목민은 말과 하나가 됩니다. 이를 ..
1. 운동과 속도의 차이. "운동은 매우 빠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운동에 속도를 주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심지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것은 속도다. 운동은 외연적/연장적이고, 속도는 내포적/강밀도적이다. 운동은 '하나'로 간주되는 신체의 상대적 성격을 가리키며,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움직인다."(천의 고원2 165) 2. "속도는 그 환원 불가능한 부분들(원자들)이 매끄러운 공간을 소용돌이꼴로 점유하거나 채우는 신체의 절대적 성격을 구성하며, 어떤 점에서도 솟아오를 가능성을 갖고"(천의고원2 165)있습니다. 운동이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속도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장악한다는 겁니다. (노마디즘2 383) 아마도 매는 바람과 기류 등등의 것들을 이용해서 ..
1. 유목민의 공간은 매끄러운 공간이고, 정착민의 공간은 홈 패인 공간입니다. 홈 패인 공간과 달리 매끄러운 공간은 탈영토화의 벡터가 지배적인 탈영토화의 공간이고, 근거리의 촉감적 공간이며, 각각의 점들이 국지적 절대성을 갖는 그런 공간입니다. (노마디즘2 382) 2. "이주민이 무형적 혹은 적대적으로 된 환경을 놔두고 떠나는 반면, 유목민은 떠나지 않고, 떠나지 않으려 하며, 숲이 후퇴하면서 남겨놓은 매끄러운 공간에 달라붙는다."(천의 고원2 165) 그래서 거기에서 그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 초원을 이용하는 방식, 사막을 이용하는 방식들을 찾아낸다.(382)
1. 도시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그 도로를 관리하는 겁니다. 패인 홈을 따라 사람이나 자동차의 흐름이 원할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 그래서 옆으로 새는 흐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도로공사'나 교통경찰들이 하는 게 그거지요. 흐름이 막히면 옆으로 새게 마련인데, 샐 수 있는 옆길은 단단히 막아두었기 때문에 크게 막히는 날이면 대혼란이 벌어지지요. 그래서 막히지 않게 도로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막히면 재빨리 출동하여 '뚫어' 주는 것이 바로 경찰들이 하는 일이지요. 2. 반면 초원의 길을 가는 유목민들은 어디 한 군데가 막히는 것만으로 이동이 중단되는 이런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홈이 패이지 않았기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고, 따라서 막힐 일이 없지요. 혹은 막..
유목민들은 어디로 가는 과정, 통과하는 과정에서 잠깐 멈출 뿐입니다. 흘러가면서 멈추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꺼꾸로 유목은 앉아서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역설적 사태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멈추어 있는 정착 또한 있을 수 있어요. 저자들은 토인비의 역설적인 정의를 받아들입니다. "유목민은 움직이지 않는 자"라는 정의 말입니다. (천의 고원2 165) 정착민은 자신이 살던 곳이 황폐해지면 그래서 더 이상 이용하기 힘들게 되면 그곳을 버리고 떠납니다. 이주와 이동, 그러나 유목민은 자신이 살던 땅이 황폐해진다고 해서 버리고 떠나지 않습니다. 거꾸로 거기에 달라붙어 거기서 사는 법을 찾아냅니다. 사막이나 초원처럼 황폐해진 땅에서 살아가는 법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게 바로 유목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