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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실에 가보니 중3 아들이 똥 묻은 팬티를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하여 아들에게 팬티를 치우라고 말했다. 아들은 알았다고 말만하고 하던 게임을 계속한다. 시간을 두고 목욕실에 가보니 또 그대로 있다. 화가 올라오지만 좋은 말로 다시 한번 말한다. '다같이 쓰는 목욕실을 그렇게 쓰면 되느냐? 당장 치워' 아들은 또 알았다고 하고 하던 것을 계속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목욕실에 그것이 안치워져 있다. 자고있는 아들에게 가서 아들을 일으켜 팬티를 치우라고 말했다. 아들은 알았다고 하고 또 잔다.
예전 같으면 멱살을 잡고 목욕실로 끌고가 당장 치우라고 생난리를 쳤을 것이다. 성질대로 하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허나 이번에는 가마솥에 얽킨 선사들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끝까지 내가 옳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계속 치우라고 이야기만 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알아차렸다.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팬티가 치워져 있었다. 아내 말로는 내가 들어오기 전에 억지로 치웠다고 하는데, 뭐 어찌되었든 목욕실도 치우고 내 마음도 생채기 없이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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