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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유식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보통 우리의 삶을 탄생과 죽음의 연장선으로 보고, 과거, 미래, 현재를 나눕니다. 그런데 삶은 한번도 과거에 있지 않았고, 미래에도 있지 않고, 전6식, 제7식, 제8식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변화하는 현재 이 순간밖에 없습니다. 지나온 과거의 모든 것들의 자기 상속이 마음의 작용입니다.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미래를 추상하게 하는 것이 분별하는 힘인 종자상속입니다. 상속된 종자 속에 그와 같은 기억과 추상이 들어 있어서, 과거시점과 미래시점을 구별하여 시작과 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삶으 매순간 일어난 변화 자체가 전체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 속에는 시작과 끝이 구별될 수 없습니다. 모든 흐름이 한 순간의 절대적인 생명 속에서만 살아 있을 뿐, 그것 외에서는 시간이란 없습니다. '기억과 추상도 현재의 마음 작용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탄생을 시작으로 사라짐을 끝으로 보고, 시작과 끝을 상대해서 시간으로 여깁니다. 생멸현상을 볼 때 찰나생멸과 일기생멸이 있습니다. 보통 생멸이란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인 일기생멸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찰나생멸의 연속'이기 때문에 생[살아 있음]이 멸[죽음]과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생멸의 관계 속에서 매순간 변화를 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생멸의 전체가 함ㄲ[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비교가 있을 수 없으나 법화의 비교에 의해서 과거와 미래가 설정됩니다. 그런 속에서 시간이 존재하게 되고, 시간이 설정되면 무명, 즉 지금 이 순간에 분별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식 30송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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